월리엄 파운즈 MIT 前학장 "외국 MBA 베껴서는 절대 성공못해"


"최근 한국에 일고 있는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재계와 정부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요를 감안할 때 이번에 허가된 6개 학교(서울 연세 고려 서강 한양 이화여대)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1966년부터 81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영대학원인 '슬로안(Sloan)스쿨'의 학장을 맡아 운영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MBA 프로그램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던 윌리엄 파운즈 명예교수(77)는 한국의 MBA스쿨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MIT 슬로안스쿨과 제휴하고 있는 성균관대 MBA대학원(SKK GSB)을 방문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윌리엄 교수는 슬로안스쿨의 교수 출신인 동시에 80년대 록펠러 가문의 각종 계열사에서 고문 및 이사회 멤버를 지낸 기업경영 전문가다.


윌리엄 교수는 "포드 보잉 등 세계적인 대기업 중 상당수는 가족 중심으로 출발한 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가족 외부에서 많은 수의 전문 경영인력을 필요로 하게 됐다"며 "지난 50여년동안 이런 재계의 수요에 부응해 미국에서 MBA스쿨이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영국 대학은 정부가 주도해 수 년전에야 MBA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한국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가 혼합된 경우"라고 분석했다.
윌리엄 교수는 "기업이 비대해질수록 사주 가족은 지분을 매각하거나 영향력을 분산시키기도 한다"며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미국에서는 굳이 '가족기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A스쿨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노(老) 교수는 한국 경영대학원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윌리엄 교수는 "해외 유명 MBA스쿨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베껴 온다면 국내 경쟁력은 얻을지 몰라도 국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시아의 기업환경과 독특한 다문화를 포함한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수 학생과 교직원을 유치하는 것이 결국 MBA스쿨의 명성과 성패를 좌우한다"며 MIT 경제학과에 재직하던 노벨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교수 한 명 덕분에 MIT 슬로안스쿨에까지 학생들이 몰려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윌리엄 교수는 "최근 MBA과정이 지나치게 사례연구(케이스 스터디)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 시간동안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한다고 복잡한 기업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칵테일 파티 얘기거리로는 그만이겠지만 MBA과정이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idea about business)'를 창조할 수 있도록 기초 학문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