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골목대장 벗어나기‥임윤철 <기술과가치 대표>

임윤철 최근 양극화에 대한 문제가 신문 지면을 많이 장식하고 이의 해결에 대한 의견도 자주 등장한다. 주로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이 세금으로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방법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극화가 깊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 따라부르던 노래 중 의미 깊은 것 하나가 생각난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다가,둘이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올라 어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연못 속에는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노랫말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우선 '우리''공동체''사회'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같이' 생활하고 '같이' 만들어 가는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나 대신 다른 역할을 해주는 구성원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술자리에서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것이 아니라 다른 역할을 하는 주체를 인정하고 우리는 항상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항상 나오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방법을 찾는다'는 얘기가 겉치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경제의 강자들이 골목대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압축 성장 전략을 통해 경제의 강자를 만들어 주었다. 이들 강자는 혜택을 보았으면서도 여전히 골목대장 노릇만 하고 골목 약자들에게 얼차려를 시키고 심지어는 코묻은 돈(?)까지도 빼앗아 가 버린다. 지난 2년 동안 연말의 신문을 크게 장식한 뉴스가 있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였다는 기사다. 같은 기간 하청 중소기업들의 성적도 그만큼 동시에 좋아졌을까? 많은 하청 중소기업이 가져야 할 성과를 이들이 얼마나 빼앗았을까 생각해 보니 씁쓸한 웃음만 짓게 된다. 한편 약자들은 강자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해 새로운 차원의 균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를 개척해야 한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작아도 강한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약자는 이를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납품만을 생각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더욱 열심히 해서 세계경쟁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혁신시스템에서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국가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우리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대장 노릇만 즐기고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소기업 생태계는 조만간 황폐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점차 대기업도 성장동력을 찾는 데 실패해 공멸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