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바로 알기] 기계화가 일자리를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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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운동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 러드(Ludd)는 산업혁명 당시 유럽의 전설적인 노동 운동가로서 기계파괴운동을 주도했다.
"기계는 노동자의 일을 대신한다.
당연히 기계가 많아질수록 노동자의 일자리는 사라지고,실업자는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를 부숴버려야만 대다수의 노동자가 잘 살 수 있다."
이것이 기계 파괴운동의 논리였다.
별 생각 없이 들으면 맞는 얘기 같다.
그러나 기계파괴운동의 논리는 실제로 벌어져온 현상들과는 들어맞지 않는다.
경제발전이 시작되기 이전 우리나라에는 기계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농촌인구의 대다수는 잠재적 실업 상태에 있었다.
서양의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경제발전 과정도 기계의 도입과정이고 일자리의 창출과정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기계의 도입과 더불어 시작된 한국의 산업화는 수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내며,경제성장의 과실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줬다.
이런 사실은 노동소득분배율이라는 숫자에서도 증명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자들이 가져간 비율이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기계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1953년에 25.8%이던 노동소득 분배율이 경제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높아져 1990년대 이후에는 60% 안팎의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기계가 정말로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기계 파괴주의자들의 오류는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만 보기 때문에 생긴다.
기계의 도입으로 기계가 맡게 될 일을 해오던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그것보다도 더 큰 전후방연관효과가 생겨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기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겨난다.
기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전방연관효과다.
어쩌면 단순한 작업은 기계에게 맡기고,사람은 기계를 창조하는 일에 전념하게 되는 것이 기계화의 본질인 셈이다.
후방연관효과는 소비자의 씀씀이와 관련이 있다.
경영자가 기계화를 하는 이유는 원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그 결과 십중팔구 제품의 소비자 가격도 낮아진다.
소비자는 그 제품에 대해서 돈을 덜 지출해도 되기 때문에 다른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제품의 생산은 늘 것이고,거기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후방연관효과다.
이 같은 전후방 연관효과들 때문에 기계가 많아지는 데도 사회 전체의 일자리는 더 늘어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기계가 많아질수록 노동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귀한 것이 비싸다.
기계가 많아지면 기계의 가치는 낮아지고,상대적으로 희소해지는 노동의 가치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임금 수준이 올라간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져온 것은 이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로봇이 많아질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높아져 인간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일만 맡게 될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매우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건 꿈이 아니다.
건축 공사장만 보더라도 이미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타워크레인이 가득한 공사장에 인부를 찾아보기 어렵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대부분 기계들이 맡는다.
그러면서도 임금 수준은 20∼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기계화가 가져다 준 결실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