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 950원도 무너지나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960원 선 밑으로 추락,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90전 하락한 957원30전에 마감됐다. 지난 2월1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961원)보다 3원70전 낮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에 진입한 것은 1997년 10월28일(957원60전) 이후 8년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하락하기 시작,나흘간 18원80전이나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영향이 컸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31일 이후 나흘간 무려 1조180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열흘째 상승하면서 1388.77에 마감,14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성웅 우리선물 연구원은 "1300선에서 두 번 바닥을 다지며 조정을 보였던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내자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3월 한 달간 잦아들었던 해외 투자은행 등 역외 세력의 달러 매도 공세가 재개된 것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진우 농협 금융공학실장은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미 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일 것임을 시사하자 역외 투기세력들이 환율 하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2월1일 이후 지켜졌던 960원 선이 붕괴된 이상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 심리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950원 선 사수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날 원·엔 환율(100엔당)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영향으로 전날보다 6전 상승한 818원48전(외환은행 고시환율 기준)을 기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