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우려스럽기만 한 현대차 경영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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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영차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착공식이 다음달로 연기된 것을 비롯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 현대차 체코공장 착공식 등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란다.
또 해외부품업체 및 바이어들이 잇달아 방한(訪韓)을 취소하고 내수시장 판매전선에도 이상 기류가 나타나는 등 경영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현대차 그룹은 물론 나라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파급영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에서 보통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해외공장 착공식이 줄줄이 연기되고 바이어들의 방한취소가 잇따르는 사실이 시사하듯 이번 사태는 대외신인도를 악화시켜 세계 톱5를 지향하는 현대차의 글로벌화 전략에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현대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까닭에 다른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도 끌어내려 우리 상품의 대외 수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려를 한층 크게 하는 것은 검찰 수사의 향방을 도무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당초 김재록씨 로비의혹을 조사한다며 시작된 검찰 수사가 현대차 비자금으로 확대되더니 다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번져나가는 등 본말(本末)이 전도된 느낌마저 주는 예측불허의 길을 걷고 있다.
도대체 왜 수사를 시작한 것인지,수사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키 어렵다.
애초부터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기획수사라느니,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불법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이 돼야 하고 그 내용 또한 밝혀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사가 지나치게 확대돼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위상(位相)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경제 전체에까지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특히 만에 하나라도 5·31지방선거 등 특정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의도적으로 수사를 확대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
가뜩이나 환율이 급락하고 상장사 실적이 후퇴하는 등 경제 상황마저 악화되고 있어 확대일로의 검찰 수사는 정말 염려스럽다.
자동차 산업,특히 현대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비리는 비리대로 규명하되 기업활동과 경제상황까지 함께 고려하는 검찰수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