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일 곤두박질‥마지노선 950원도 무너지면‥영업익 감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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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연일 곤두박질‥마지노선 950원도 무너지면‥영업익 감소 비상
원·달러 환율 950원 선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설정한 '마지노선'이다.
평균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책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950원 선을 기준 환율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막 1분기를 지난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이 들이닥치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입 등 외환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950원 선 붕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주요 수출기업들은 올해 목표수익을 달성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수익방어는 고사하고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내부유보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경상 비용을 줄이고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나름대로 마련한 저환율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이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구조를 극복하는 데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0원 절상되면 2조원,LG전자는 4000억원 상당의 영업 이익을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대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허리띠를 졸라매면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내몰린다.
이미 달러당 970원 선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기 시작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자칫 줄도산 사태가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 모든 비용이 올라간 상태에서 환율만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면서 "사업구조를 바꾸고 비가격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무역협회가 원·달러 환율이 960원대로 떨어졌던 지난 2월에 85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환율 하락에 대한 수출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작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 응답업체의 86.7%가 '수출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거나 적자를 보게 됐다'고 답변했다.
83.7%는 '현재 환율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책정한 환율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연구소들의 분석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실증 분석한 결과 환율과 수출과의 관계는 많은 경우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조일훈·김동윤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