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고·유휴설비 中企에 이양…R&D·생산성 향상 효과 클듯

삼성이 중고·유휴 설비와 각종 계측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기업들에 제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음 달 중 공식 발표될 삼성의 '중소기업 상생방안'에는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가 직접 담겨있다. 삼성은 자동차 철강을 제외한 거의 전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업계의 관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에 지원될 설비의 규모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업부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15개의 반도체 라인을 갖고 있고 이 가운데 5개가 라인당 3조원씩 들어가는 300mm 웨이퍼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라인을 연간 2개쯤 건설하고 여기에 순수하게 들어가는 설비비용은 3조∼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별도로 200mm 웨이퍼라인의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데 1조원 정도가 소요돼 총 설비예산은 5조원 안팎이 된다. 이 가운데 매년 10% 정도의 설비가 교체되거나 폐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총괄 사업부가 내놓는 설비나 장비는 연간 5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미뤄 볼 때 다른 계열사들인 SDI 전기 코닝 종합화학 정밀화학 중공업 등에서 교체하는 설비는 연간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기업 생산성에 큰 도움될 듯 물론 삼성이 이들 설비를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다. 설비를 받아가는 중소기업들도 적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삼성은 당초 이들 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현행 증여세법상 세금부담 문제가 있어 설비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가격에서 추가로 할인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IT(정보기술) 분야의 설비나 장비들은 워낙 고가(高價)여서 영세한 기업들은 엄두를 못낸다"며 "삼성이 쓰던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측기도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계측기는 워낙 종류가 많은 데다 가격도 비싼 편이어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에는 구입 부담이 만만치 않다. 삼성은 적외선온도계 내전압시험기 전력분석계 무선계측기 휴대용경도계 등 휴대폰 생산공장에만 6000대 정도의 계측기를 갖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계측기를 보유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CEO 교육과 전시장 건립은 삼성은 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여건을 감안해 최고경영자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들을 대상으로 혁신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협력업체에도 실시되고 있는 지원으로 삼성의 폭넓은 교육시스템을 활용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상암동 중소기업제품 전시장 건립 건은 적극 검토 중이지만 다소 유동적이다. 전시장 건립 지원 효과에 대한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땅값과 건축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