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노선따라 내부시설 천양지차 … 미주 · 유럽 '호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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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유럽 호텔급 · 나머지는 여관급…돈되는 노선에 새 비행기최근 1년여 만에 미국 LA 출장길에 오른 회사원 정모씨(45)는 달라진 항공기 내부 환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에고치 모양으로 설치된 비즈니스 좌석은 뒤로 170도까지 젖혀져 침대에 누운 듯 안락했다.체형에 따라 좌석을 조절하는 버튼도 10여개나 됐다.
수십여편의 영화와 수백곡의 음악을 원하는 시간에 보고 들을 수 있었고 무선 인터넷도 마음껏 즐겼다.
정씨는 "과거에 탔던 비행기를 '여관'에 비유한다면 이번 비행기는 '호텔' 수준"이라며 "할 게 많아져 잠은 3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하지만 모든 노선에서 이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적 항공사들의 신기종 도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승객들은 당분간 '호텔'과 '여관'을 함께 경험해야 한다.
◆어떻게 다른가=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뉴 인테리어기를 좌석별로 보면 항공권 가격이 일반석보다 3∼4배 비싼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의 변화가 가장 크다.하지만 승객들이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좌석은 이코노미석이다.
이코노미석은 우선 앞 뒤 간격이 3cm 정도 넓어졌다.
"3cm라도 승객들이 느끼는 넓이는 그 이상"이라는 게 항공사들의 설명이다.좌석마다 개인용 오디오비디오 시스템도 갖춰졌다.
◆새 비행기는 돈 되는 노선에=그런데도 동남아,중국노선 승객들이 "그런 비행기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항공사들이 새 비행기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인 미주와 유럽노선에 우선 투입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인천∼뉴욕,LA,워싱턴,시카고,시애틀,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뉴 인테리어기를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은 인천∼샌프란시스코,시애틀,런던,프랑크푸르트,시드니 노선을 운항하는 A330 3대와 B777-200ER 2대에 타면 이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항공료가 저렴한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은 노선보다 제 값을 내고 타는 상용 승객들이 많은 노선에 새 비행기를 투입해야 항공사로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도입 전략은 달라=양 항공사의 기내환경 혁신 전략은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은 신기종 도입과 함께 부산 김해공장에서 한 달에 한 대 꼴로 대대적인 내부개조를 벌이는 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뉴 인테리어를 장착한 비행기를 도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B747-400 19대를 추가로 개조하고 B777-200ER 4대를 도입,뉴 인테리어기를 기존 8대를 포함해 모두 31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7,12월에 A330 2대,내년에 B777 2대를 새로 도입해 신기자재가 장착된 항공기를 내년까지 9대로 늘리기로 했다.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항공기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새 비행기를 들여올 때마다 최신 기자재를 갖춰 승객들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