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업계 형제 CEO 안성호(에이스).정호(시몬스) 대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약 20㎞ 떨어진 소도시 메다(Meda).세계 최대 가구박람회인 밀라노가구전시회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지난 6일 30여명의 이탈리아 가구유통업자들이 최근 이 도시에서 문을 연 '자나(zana)' 침대 전시장에 모여들었다.

전시장 앞에서는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38)와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35)가 나란히 서서 이들을 맞이했다.에이스침대 설립자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두 형제는 유통업자들에게 다음 달 중순 이탈리아에서 출시할 '자나' 침대의 특징과 마케팅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침대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형제가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작년 10월 초 이탈리아 현지법인인 '자나'를 설립한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이번 밀라노 가구박람회 기간에 맞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안성호 대표는 "외국 회사에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이탈리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형제는 각자의 장기를 살려 업무를 분담했다.

이공계(고려대 지질학과)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공장에서 살다시피해 '침대 박사'로 불리는 형이 이탈리아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과 제조를 맡았다.미국 일리노이 SIU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동생은 매달 1~2차례 현지를 오가며 마케팅과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합작법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시몬스 50%,에이스 49%,현지 업체인 미노티 세디에 1% 등이고 대표는 미노티 창립자인 지오반니 미노티 회장의 아들 스테파노 미노티씨가 맡고 있다.미노티 회장은 안유수 회장과 오랜 친분을 쌓아온 가구업자다.

자나는 첫 출시작으로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발레리아노씨와 함께 에이스 및 시몬스의 구형 모델을 현지에 맞게 개량한 제품 등 모두 16종의 침대를 내놓는다.

제품은 한국에서 반제품으로 만들어 현지에서 조립 과정을 거친 후 판매한다.

매트리스를 제외한 세트당 판매가격은 2000~3500유로(약 250만~400만원).현지 시장에서는 비교적 고가 제품에 속한다.

안성호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이처럼 다양한 모델이 한꺼번에 출시되는 것은 드문 일로 지난주 현지 언론에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며 "자나가 순조롭게 시장에 자리잡으면 올 연말께 매트리스 현지 공장도 설립,에이스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정호 대표는 "이탈리아 시장은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각 지역의 에이전트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에는 세계 양대 가구박람회인 독일 쾰른 전시회와 밀라노 전시회에 출품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와 시몬스는 국내 고급 침대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두 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에 이른다.안성호 대표는 "시몬스침대는 미국 시몬스의 라이선스 법인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계속 선의의 경쟁을 벌이되 해외에서는 앞으로 계속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다(이탈리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