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13) 목동역..로데오-먹자골목 단절 '양극화 상권'

지하철 5호선 목동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목동역 상권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4만여명의 유동인구를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2번 출구에서 목동사거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자바커피 맥도날드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체인점과 카파 본더치 등 의류 매장이 늘어서 있다. 본더치 매장을 끼고 왼쪽 길로 들어서면 90여개의 의류 매장이 모여있는 '목동 로데오 거리'가 펼쳐진다.

1997년께부터 조성돼 목동오거리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로데오 거리에는 이월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할인매장이 대부분이다. '최고 70% 할인''이월상품 입하' 등의 문구를 거리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원지욱 목동 로데오 상가번영회 총무는 "할인매장과 정상매장의 비율이 7 대 3 정도 된다"면서 "정상매장에서도 재고를 할인가로 자유롭게 처리해 싸게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열 케이스위스 사장은 "이곳은 상설할인타운 성격이 강하다"면서 "이 때문에 손님들이 가격이 쌀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는 말로 로데오 거리의 특성을 표현했다. 쇼핑하러 온 한수정씨(24·여)는 "블라우스 니트 등을 5만원까지 살 의사가 있지만 그 이상 비싸면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로데오 거리는 4~5년 전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1년 까르푸,2002년 현대백화점이 오목교역 부근에 차례로 들어서면서 고객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권오석 목동역밸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구매력이 높은 7단지 주민들이 현대백화점 쪽으로 빠지면서 로데오 거리가 많이 침체된 느낌"이라며 "5년 전만 하더라도 주말엔 사람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여성의류 매장 사장은 "4년 전에 비해 수입이 60% 정도밖에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매장 수는 꾸준히 늘어나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신숙 삼성공인중개사사무소 부장은 "대로변은 권리금이 비싸기 때문에 골목으로 가게들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님은 없는데 가게는 많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로데오 거리에 처음 쇼핑을 와 봤다는 최성수씨(35)는 "가게만 많고 스타일과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정역 방향으로 난 오목로와 신정중앙길은 음식점과 주점이 모여있어 다른 상권의 먹자골목에 비해 미약한 편이지만 그나마 '먹자골목'으로 불린다. 삼바삼바,원할머니 퐁립 등 신세대 타깃의 음식점들이 생겨나고는 있으나 대부분은 고깃집이나 곱창집 등 40,50대 중년들을 타깃으로 한 업종이다. 이 골목에서 3년간 청석골 뼈다귀집을 운영 중인 오재진 사장은 "하루 평균 매출이 주중에는 160만~190만원,주말에는 250만원 정도"라면서 "매출은 매년 10% 정도 성장했지만 현재를 정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출이 정체 상태에 들어설 것에 대비,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희 목동타운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로데오 거리는 젊은 여성이 주 고객층인데 이들이 즐길 만한 젊은 감각의 음식점이나 술집이 많지 않아 흡입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봄 옷을 구입하기 위해 로데오 거리를 찾았다는 정경호씨(28)도 "외식은 이곳에서 하지 않는다"면서 "분위기가 어둡고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차라리 신촌이나 홍대쪽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김철순 월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상복합 아파트 하이페리온의 입주로 고소득층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현대백화점에서 대부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소득층이 두텁지 않다"면서 "대로변에 고급 음식점들이 번성해야 목동역 상권이 업그레이드될텐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