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新에너지 전략] 한국기업, 전세계 누비며 '산유국 꿈' 이룬다

'자원 최빈국(最貧國)이면서 석유 소비는 세계 7위.'

한국의 에너지 현황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두 지표다.국제 기름값이 뛴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유지하면서 석유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해답은 한 가지.우리 소유의 유전과 천연가스(LNG) 광구를 세계 곳곳에 확보해 놓는 것이다.기업들은 이러한 모범답안을 진작에 만들어놓고 세계무대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이 유전이나 가스전 탐사 개발 등을 위해 진출한 국가가 42개국에 이르며 진행중인 사업만 132개에 달한다.

유전 또는 가스전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도 석유공사 가스공사 SK㈜ GS칼텍스 삼성물산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 20개사를 웃돈다.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도 적지 않다.

베트남 15-1광구가 대표적이다.

석유공사와 SK㈜가 한국측 컨소시엄을 이뤄 지분 23.25%를 갖고 있는 이 곳에선 하루 7만5000배럴의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배럴당 60달러씩 치면 하루에 450만달러,원화로 45억원을 캐내고 있는 것이다.

북해의 캡틴광구,인도네시아의 SES광구,리비아의 엘리펀드 광구,예멘 마리브 광구 등 한국 자본이 투자한 광구 8곳에서 하루 32만4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내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이 투자한 광구에서 실패한 사례는 단 한 군데도 없다"며 "외국 전문가들도 이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유전 개발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넹 예멘 카자흐스탄 알제리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적도기니 페루 아르헨티나 캄차카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탐사에서 '대박'을 낼 곳이 적지 않다고 전한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곳은 나이지리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러시아 캄차카 해역 등 3곳이다.

나이지리아에선 총 매장량이 20억배럴로 추정되는 해상 유전 2곳을 조만간 개발한다.

만약 개발이 성공하면 우리측의 순이익은 2억4000만배럴,돈으로 쳐서 1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올해부터 유전 2곳과 가스전 2곳의 개발이 시작된다.

석유 매장량은 8억2000만배럴,가스 매장량은 2억7000만t에 이른다.

카자흐스탄에선 지난해부터 총 매장량 50억배럴이 넘을 곳으로 추정되는 광구 4곳에 대한 탐사작업이 한창이다.

서캄차카에선 석유공사 SK㈜ 등 국내 기업 7곳이 컨소시엄을 이뤘으며 곧 탐사작업이 본격화된다.

국내에선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란 쉽게 말해 고체로 응고된 가스 덩어리다.

정부는 포항 앞바다 13km가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굴에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올해 153억원을 투입키로 했다.동해안에 매장된 양은 6억t 정도로 추정되며 이만큼이 모두 발굴되면 우리나라가 30년간 쓸수 있는 양이란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