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고용계약제' 결국 폐기… 佛 노동시장 유연화정책 '급제동'

학생과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제(CPE)가 결국 폐기됐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청년실업을 줄이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2개월간 프랑스 전역을 혼란으로 몰아 넣은 새 노동법 내 CPE 조항(26세 미만 직원에 대해 최초 고용 2년 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을 폐기하고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다른 조치들을 마련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CPE 폐기를 제안했으며 의회 다수파 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빌팽 총리는 엘리제궁 성명 발표 직후 연설을 통해 "치솟는 청년실업을 신속히 줄일 수 있길 바랐다"며 "모든 이들에게 이해를 얻지 못해 유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주말까지 CPE를 철폐하지 않으면 시위를 더욱 거세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노조와 학생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대응방침을 논의했다.

일단 11일로 예정했던 시위는 벌이지 않기로 했다.시라크 대통령의 발표 직후 UNSA,FSU 등 일부 학생 및 노조 조직은 시위의 승리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노조 조직인 CFDT의 프랑수아 세레크 대표는 "만약 새 노동법 조항에 CPE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CPE가 철회됐다는 뜻이고 이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라고 반겨했다.

빌팽 총리는 CPE가 폐기될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총리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빌팽은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도 CPE는 폐기하는 대신 빌팽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빌팽은 CPE를 도입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이번 폐기 결정으로 그의 정치적 생명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빌팽이 당초 계획대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작년 5월 총리에 오른 빌팽은 CPE 외에 △20인 미만을 고용하는 영세기업의 고용 확대와 고용절차 간소화 △실업자 고용복귀를 위한 인센티브 조치 등 고용촉진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CPE 도입이 암초에 걸리면서 빌팽의 개혁 프로그램 전반에 힘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CPE는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프랑스 정부는 노조,학생들과의 대화를 위해 그동안 발효를 잠정 중단시켰다.빌팽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은 문제가 된 CPE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물러섰으나 학생,노동계는 CPE를 아예 철폐하라고 요구해 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