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성공] 두바이 금융청장에 듣는다

금융 불모지에서 '중동의 금융허브'로 급부상,중동의 '오일머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그런 두바이의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데이비드 노트 두바이금융감독청(DFSA·Dubai Financial Services Authority)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아시아 금융센터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2일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허브 주창자인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과 노트 청장의 특별 대담을 주선했다.노트 청장과 김 회장은 모두 "다국적 금융회사가 투명한 환경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화가 금융허브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환 회장=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두바이의 사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청이 이끌고 있는 두바이 금융산업의 발전상은 어떻습니까.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감독청 직원의 90%(70여명)를 외국에서 데려오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는데요.

▲데이비드 노트 청장=두바이 금융산업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지난해 말까지 금융감독과 관련한 모든 규제와 법적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지었죠.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HSBC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두바이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김 회장=중동지역의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지 않습니까.

금융 인프라가 덜 발전된 것도 사실이고요.

실제 중동지역의 경우 투자은행에 적용돼야 할 기본적이 회계 시스템이나 법률 등이 거의 정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런데 어떻게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몰려드는 국제 금융센터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까.

▲노트 청장=그것이 바로 두바이만이 해결할 수 있었던 강점입니다.

김 회장 말씀처럼 국제 금융회사들이 중동지역에서 효과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법이나 규제 등의 국제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중동에 금융허브를 만들려면 과거의 시스템과는 다른,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그런 측면에서 두바이는 금융과 관련한 법과 환경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새로 구축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 금융회사들의 진입을 촉진시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김 회장=아시아 국가 중 제도 속에 민주주의 정신이 살아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민주주의 전통은 한국이 새로운 금융센터로 부상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두바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왕정(王政) 시스템이 금융센터 건립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는지요.

국왕의 의지에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을텐데요.

▲노트 청장=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의 비전과 추진력이 두바이가 중동의 금융허브로 떠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물론 강력한 왕이 주도하는 시스템은 서구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회 민주주의 방식과는 다를 것입니다.

두바이 같은 왕정의 좋은 점은 모든 일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죠.예를 들어 작년 1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두바이에는 자산 운용과 관련된 법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자산운용법이 마련됐습니다.

이 같은 '신속성'은 서구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지요.

▲김 회장=금융허브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예를 보면 무엇보다 세계적인 금융 노하우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많이 몰려들어와야 합니다.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의 강력한 '무기'는 무엇보다 세금측면에서 혜택을 많이 주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트 청장=맞는 말입니다.

두바이에서 금융회사들은 50년간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글로벌 은행 입장에서는 두바이에 진출했을 때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데다 비밀 보장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이 같은 '노 택스(No tax)' 전략은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두바이의 이 같은 노력이 성공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두바이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전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김 회장=한국 정부는 한반도를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허브로 육성한 수장(首長)으로서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에 조언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노트 청장=한국이 매력적인 금융센터를 만들려면 우선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비해야 합니다.

엄격한 법치,투명성,제도적 지원이 그것입니다.

양질의 변호사 회계사 등 금융활동을 지원할 인력도 기본이고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도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한국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제도정비를 위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리더십입니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리더십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정리=김철수·송종현 기자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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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미국 그린넬대,예일대 대학원 졸업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박사

△1970∼76년 미국 오리건주립대,포틀랜드주립대 교수

△1982∼8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1983∼84년 상공부 차관

△1993∼97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사장

△현 서울 파이낸셜포럼 회장,골드만삭스 국제고문



<데이비드 노트(David Knott) 두바이 금융감독청장>

△호주에서 법률 및 투자은행 분야 근무

△호주 금융감독위원회 최고경영자(CEO)

△국제 증권감독기구 산하 기술위원회 위원장△2001~2003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위원장

△2005~현재 두바이 금융감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