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비켜 주시죠" … LG화학 · 효성 등 B2C 마케팅으로 선회

건축자재 섬유원사 석유화학제품 철강제품 발기부전치료제….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 구매담당자나 소매상,처방전을 쓰는 의사 등을 타깃으로 마케팅활동을 벌이는 대표적인 기업 간 거래(B2B) 산업들이다.

그래서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문화는 보수적이다.최종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은 관심밖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이미 옛날 얘기. 기업들은 최근 들어 실제로 제품을 선택하는 타깃 구매자가 누구인지 분석한 결과 과거의 관행은 단지 관행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B2B업체들이 거래처 대신 최종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방식을 병행하는 마케팅 전략이다.LG화학은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전략'으로 최근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바닥재 창호재 등 건축자재에 통합브랜드 지인(Z?IN)을 도입,최종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LG화학은 올해 초 제품의 보증수표격인 기업 브랜드 LG를 과감히 떼어냈다.지인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소비자에게 '친환경 프리미엄 고급 인테리어 자재'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것.톱스타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2008년까지 33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미 광고 론칭 한달여 만에 소비자의 68%가 광고를 접했다.

2008년까지 최초 상기율(소비자가 경쟁 제품 중 특정 상표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LG화학 마케팅팀 관계자는 "그동안은 마감재를 사실상 선택하는 건설 및 인테리어업체들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을 해왔지만 이젠 최종소비자인 주부들이 인테리어업체에 LG화학 제품을 사용하라고 요구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직물 및 의류업체에 실(원사)을 만들어 파는 화섬업체 효성도 최근 고객에 대한 관점을 새로 정비했다.

'효성의 원사가 들어간 옷은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최종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로 한 것.

효성은 스포츠 레저 의류에 주로 사용하는 폴리에스터 기능성원사에 '에어로쿨'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최근 유명 비보이(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팀인 '라스트포원'을 에어로쿨 이름으로 후원키로 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스포츠 의류를 선택할 때 에어로쿨 태그(tag)가 붙은 옷을 고르게 한다는 전략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비슷한 사례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제약회사들은 최종소비자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구전 마케팅'에 나섰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 업체들도 서비스 마인드를 도입하고 기업이미지 광고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급자 위주의 제조업 마인드를 바꾸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에버랜드와 신라호텔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허태학 사장의 지휘 아래 3차산업 마인드로 2차산업을 영위한다는 '3·2웨이'를 서비스 브랜드로 도입했다.포스코와 동부제강 등 철강회사들도 각각 기업이미지 광고와 철강제품에 대한 브랜드를 도입,기존 B2B 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