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비자금 수사] 産銀·CRC 공모…회수가능 채권 저가 매각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위아가 4개월 만에 149억원을 챙긴 비법은 부실기업 상태에 있던 위아가 탕감된 채권을 바로 사들일 수 없도록 제한한 관련 법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부실기업 정리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데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위아에 대한 1000억원 상당의 담보부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팔았다가 캠코의 풋백옵션(put-back option) 행사로 다시 되사들인 뒤 이 채권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795억원에 팔았다.현대차의 부탁을 받은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는 산업은행이 위아에 대해 갖고 있던 1000억원짜리 담보채권을 캠코에 팔게 했다.

부실기업채권은 자산관리공사를 거쳐 매각토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산은이 캠코로부터 다시 부실채권을 사들인 점과 이를 재차 입찰에 부친 점에 1차적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위아 채권은 담보가 잡혀 있는 담보부채권이어서 회수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위아 채권은 담보가 충분해 100% 회수 가능한 양성채권이었다"고 강조했다.

캠코가 산은으로부터 1000억원짜리 위아 채권을 사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ABS(자산담보부증권)를 일반에 판매했다가 SPC를 해체하고 이 ABS를 되사들인 대목도 같은 이유에서 석연치 않다.여기에 ABS 발행회사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에 ABS 발행 의사를 접수하고 그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금감원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ABS 발행이 가능해지는 업무처리 절차에 비춰볼 때 금감원의 개입도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의 또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는 CRC를 '징검다리'로 활용한 점이다.

산은의 재매각 입찰에는 캠코를 포함한 7개 회사가 들러리를 섰고 산은이 낙찰가격을 사전에 유출하는 수법을 사용해 채권은 결국 795억원에 CRC인 신클레어에 넘어갔다.부실채권을 CRC에 떠넘긴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205억원을 받아 단 한 푼의 손해도 없었다.

아주금속공업(현 메티아)에 대한 채무탕감 과정에서도 CRC사가 에스디홀딩스사로 바뀐 점을 제외하면 위아와 거의 동일한 수법이 활용됐다.

현대차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01~2002년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부채 2000억원 중 550억원을 탕감받았다.이에 대해 산은측은 "1997∼1998년 캠코에 부실채권을 일괄매각할 때 위아 채권도 포함해 팔았지만 위아가 채무 일부만 갚고 연체하자 캠코가 이 채권을 되팔았다"며 "이때 돌아온 557억원의 채권을 경쟁입찰을 통해 795억원에 팔았다"고 해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