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4월'

죽은 것들이 돌아오느라

죽은 것들이 눈이 멀어 돌아오느라줄기 부르트고,

꽃으로 애쓰던 잊은 것들 찾아오느라

살아 있던 날을 기억하려고다른 '나'로 빠져나오려고

허연 죽음의 중심 목질부를 만지려고

물을 찾아 다시 움을 틔워 일어나느라구름을 모아 문을 열고 달려가느라

접혔던 부문 하염없이 펴느라

가장 빛나는 생명의 꿈을 따르느라좁은 길을 풀고

기억할 수 없는,복제할 수 없는

형상을 입느라 자기 하나 옷을 만드느라

천지는 눈 시리게 숨쉬기 바쁜,

안 보이는 이름을 찾아내느라

한줄기 목숨을 얻어 끊어진 길 이으려고

길을 대고 처음 생에 닿느라

아 이름 부르며 부스러진 티끌들 모아

안 지치고 기쁘게 찾아오느라

-고형렬 '4월'전문

사람이든 초목이든 생명이 태어나는데는 고통이 따른다.

죽은 것들이 돌아와 줄기 부르트고 다른 '나'로 빠져 나오는 과정이 어찌 순탄하겠는가.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진,눈 시리게 빛나는 연녹색의 세상엔 그토록 아프고 절절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길고 긴 고통과 짧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계절.누구든 4월을 허투루 보내선 안될 일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