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가격 더 받을 수 있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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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당시 경영진 등에 대해 배임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시 하이닉스 등 외환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의 경영이 개선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격협상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위기 등 악재를 부각시키는 데는 열심이었던 반면 호재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주당 1000원 정당한가=2003년 7월21일 외환은행은 매각의 근거가 됐던 BIS비율 6.16%를 산정하면서 2003년 말 하이닉스 주가를 주당 1000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3364억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같은 비관적 추정치가 외환은행 BIS 비율을 낮추기 위한 '고의적인' 작업이었으며 특히 매각을 앞두고 있던 7,8월의 주가흐름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하이닉스 주가는 론스타가 실사에 들어간 4월 중 반도체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3000~4000원에서 움직였고 매각을 앞둔 7월 중에는 7000~9000원대에 움직였기 때문에 1000원으로 평가해 충당금을 수천억원 더 쌓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문제는 BIS비율을 산정했던 2003년 7월 시점에서 하이닉스의 운명을 예측하는 근거가 되는 반도체 경기의 향후 전망이 어땠느냐는 점이다.
10인 비밀회의에서 매각을 결정한 7월15일,세종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산업은 2003년 하반기 회복기를 거쳐 2004년에는 호황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이에 앞서 삼성증권도 6월30일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시장의 성장세를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6월12일자 보고서의 제목은 '반도체 경기 2004년 호황기 도래,D램은 하반기 뚜렷한 회복세 예상'으로 돼 있을 만큼 당시 반도체 경기 전망은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같은 상황을 외환은행도 모르고 있지 않았다.7월21일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실무자는 "하이닉스 주가가 9000원으로 상승해 최소 1450억~1920억원까지 유가증권 평가손실 환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하이닉스 출자전환에 참여했던 다른 은행 관계자도 "2003년 2조원을 출자전환해 하이닉스를 살리기로 결정한 것은 반도체 사이클상 버티기만 하면 회생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청산이 예상되는 회사에 2조원 유상증자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회사의 주가를 청산을 전제로 1000원으로 평가한 것은 보수적 관점이라도 너무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이닉스는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것 역시 악재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에 대해 주가전망을 내놓지 않았던 것은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를 얼마로 평가하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해결=매각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3년 6월,외환은행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던 SK글로벌에 여신 3600억원을 물린 상태였다.
채권단 공동관리 초기 SK글로벌은 2조6000억원대의 자본잠식이 예상됐고 법정관리나 청산 가능성도 제기됐던 만큼 외환은행으로선 상당 규모의 손실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대체 얼마를 예상손실로 잡을 것이냐 하는 것.BIS비율 6.16%의 근거가 됐던 '의문의 팩스 5장'에서는 SK글로벌 여신 중 60~70%가 손실처리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은 7월30일을 기점으로 달라졌어야 했다는 게 감사원과 헐값 매각 의혹 제기자들의 주장이다.
SK글로벌 회생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청산이나 법정관리 가능성이 사라지고 회생추진 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새로 전개된 셈이다.
이에 따라 SK글로벌 여신은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을 막판에 끌어올릴 수 있는 중대 요소 중의 하나로 떠올랐지만 외환은행 경영진은 이 카드를 손에 쥐고만 있었다.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이 체결된 8월27일까지는 3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김용준·김인식 기자 junyk@hankyung.com
신용카드 위기 등 악재를 부각시키는 데는 열심이었던 반면 호재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주당 1000원 정당한가=2003년 7월21일 외환은행은 매각의 근거가 됐던 BIS비율 6.16%를 산정하면서 2003년 말 하이닉스 주가를 주당 1000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3364억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같은 비관적 추정치가 외환은행 BIS 비율을 낮추기 위한 '고의적인' 작업이었으며 특히 매각을 앞두고 있던 7,8월의 주가흐름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하이닉스 주가는 론스타가 실사에 들어간 4월 중 반도체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3000~4000원에서 움직였고 매각을 앞둔 7월 중에는 7000~9000원대에 움직였기 때문에 1000원으로 평가해 충당금을 수천억원 더 쌓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문제는 BIS비율을 산정했던 2003년 7월 시점에서 하이닉스의 운명을 예측하는 근거가 되는 반도체 경기의 향후 전망이 어땠느냐는 점이다.
10인 비밀회의에서 매각을 결정한 7월15일,세종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산업은 2003년 하반기 회복기를 거쳐 2004년에는 호황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이에 앞서 삼성증권도 6월30일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시장의 성장세를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6월12일자 보고서의 제목은 '반도체 경기 2004년 호황기 도래,D램은 하반기 뚜렷한 회복세 예상'으로 돼 있을 만큼 당시 반도체 경기 전망은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같은 상황을 외환은행도 모르고 있지 않았다.7월21일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실무자는 "하이닉스 주가가 9000원으로 상승해 최소 1450억~1920억원까지 유가증권 평가손실 환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하이닉스 출자전환에 참여했던 다른 은행 관계자도 "2003년 2조원을 출자전환해 하이닉스를 살리기로 결정한 것은 반도체 사이클상 버티기만 하면 회생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청산이 예상되는 회사에 2조원 유상증자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회사의 주가를 청산을 전제로 1000원으로 평가한 것은 보수적 관점이라도 너무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이닉스는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것 역시 악재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에 대해 주가전망을 내놓지 않았던 것은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를 얼마로 평가하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해결=매각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3년 6월,외환은행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던 SK글로벌에 여신 3600억원을 물린 상태였다.
채권단 공동관리 초기 SK글로벌은 2조6000억원대의 자본잠식이 예상됐고 법정관리나 청산 가능성도 제기됐던 만큼 외환은행으로선 상당 규모의 손실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대체 얼마를 예상손실로 잡을 것이냐 하는 것.BIS비율 6.16%의 근거가 됐던 '의문의 팩스 5장'에서는 SK글로벌 여신 중 60~70%가 손실처리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은 7월30일을 기점으로 달라졌어야 했다는 게 감사원과 헐값 매각 의혹 제기자들의 주장이다.
SK글로벌 회생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청산이나 법정관리 가능성이 사라지고 회생추진 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새로 전개된 셈이다.
이에 따라 SK글로벌 여신은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을 막판에 끌어올릴 수 있는 중대 요소 중의 하나로 떠올랐지만 외환은행 경영진은 이 카드를 손에 쥐고만 있었다.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이 체결된 8월27일까지는 3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김용준·김인식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