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지자체는 승진파티중

올들어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과장 계장 등 중간 간부급(5∼6급) 20여명의 인사가 났다.

이중 승진한 공무원이 절반에 달했다.영월군 관계자는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년에 5∼6급으로 올라가는 공무원은 7∼8명 미만"이라고 말했다.9개 읍사무소까지 포함해 5,6급 공무원이 110여명 남짓한 영월군으로서는 지난 1백여일동안 그야말로 '승진 파티'가 벌어진 셈이다.

이 같은 연쇄 인사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박선규 영월읍장(영월군수 출마 예정) 등 과장·읍장(5급) 6명과 계장(6급) 1명 등 7명이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연이어 옷을 벗었기 때문이다.

영월군 관계자는 "2개과를 없애는 조직 축소 개편이 지난 3월 있었지만 간부들이 무더기로 사직한 통에 별다른 고통 없이 인사를 끝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고마워요." 5·31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에서 물러나는 지방공무원이 급증하면서 상당수 지자체가 뜻밖의 인사 적체 해소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시·군 지역의 경우 6급에서 5급으로 진급하려면 평균 13년을 근무해야 하고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 데는 11년 가까이 걸린다.

영월군과 같이 최근에 인사를 마무리한 곳도 있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국장급(광역단체는 2·3급,기초단체는 4급) 정도만 발령을 내고 그 이하 간부 인사는 남겨두고 있는 상태.

강원 강릉시의 경우 강원도지사로 출마할 예정인 심기섭 전 시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 사표를 냈다.이 중 국장급 1개 자리는 후임자를 임명했지만 5급인 옥계면장과 왕산면장직 인사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보통 국·과장급 1개 자리가 비면 3∼4개 자리에 대한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지방선거 이후에 승진 인사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척시 홍천군 횡성군 등에서도 각각 3명의 간부급 공무원이 선거 출마를 위해 그만둬 선거 이후 일부 후속 인사가 있을 전망이다. 경북 구미시도 인사 수혜 지역 중 한 곳. 김관용 전 시장을 빼고도 국장급 3명과 7급 1명이 지난달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향후 상당한 승진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국장급 인사만 이뤄졌으며 후속 인사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선거 이후 중간 간부급 10여명의 승진이 기대된다.

올들어 4명이 그만둔 전북 진안군의 경우 지난 2월 기획홍보실장 자리는 채웠지만 7급 계약직 3개 자리는 차기 군수의 판단으로 남겨뒀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경북도에서 1∼6급까지 8명이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충남도도 1∼4급 공무원 6명이 최근 사임,무보직 상태에 있던 고위직 공무원의 인사적체가 상당부분 해소됐다.

올들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표를 쓴 지방공무원은 4월 1일 현재(법정 사직 마감일) 232명으로 지난 2002년 직전 선거(94명) 보다 68% 증가했다.

올해부터 지방의원 유급제 등이 실시되면서 지방 선출직이 유망한 직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은 오랜 지방행정 경험과 지역주민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점 등이 경쟁력”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중 지방공무원 출신 비율이 전체의 10%를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지자체 선거담당 관계자들은 "4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지자체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