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위기를 기회로'] 석유화학 "高유가 파고 걱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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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봄 대한민국 석유화학업계의 기상도는 '잔뜩 흐림'이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로 원유 나프타 등 원료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에틸렌을 포함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영 맥을 못추고 있다.게다가 원화강세까지 이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국내 고객사들까지 "수출가격에 맞춰 제품을 달라"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국과 중동의 유화업체들 때문에 2년 전까지만해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던 석유화학 제품들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가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업계 전반에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또다시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뼈를 깎는 원가절감에 나서는 한편 포화된 내수시장을 뒤로 하고 해외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값싼 범용 제품은 버려라
국내 유화업체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범용제품에서의 가격경쟁력은 이미 중국 중동 업체들에 빼앗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 업체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발빠른 업체들은 이미 정보기술(IT)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동안 쌓아온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IT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제일모직은 이미 10여년 전인 1994년 반도체용 회로보호재 생산을 시작으로 IT소재 사업에 진출,지난해 매출의 8.3%를 이 분야에서 달성했다.
올해에는 IT소재의 매출 비중을 13.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1990년대 후반부터 IT소재사업을 새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2차전지와 광학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8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의 매출을 IT소재에서 올렸다.
업체들은 기존 유화 제품에서도 중국 중동 업체들이 만들 수 없는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토탈은 범용제품보다 시장가격이 30%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경영의 제1목표로 삼았다.
이 회사의 차별화 제품 판매 비율은 이미 75% 수준으로 2008년까지 이를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도 2003년 기존의 범용제품 생산 라인을 독자기술로 개발한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및 PVC 코폴리머와 같은 고부가가치 특화제품 생산 라인으로 개조했다.
◆원가절감으로 체질 개선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시작된 고유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원가절감 혁신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면 원가를 최대한 낮춰 최고의 채산성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삼성토탈은 2002년부터 에너지비용 물류비용 등 주요 원가 항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혁신운동인 '서바이벌-1000'을 전개했다.
'최악의 시황에서도 10%의 경상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원가구조를 갖추자'는 이 캠페인으로 삼성토탈은 에너지 비용 누적절감액이 1억달러에 달했으며 에너지 사용비율도 총 제조비용의 24%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한화석유화학도 2004년 2월부터 경영혁신활동인 'ACE(Absolute Competitive Edge·최고의 경쟁력)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산증대,품질개선,에너지절감 등 각종 원가절감 활동과 의식개혁,조직문화 활성화,업무개선 활동 등 모든 경영활동상의 혁신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활동으로 한화석유화학은 지난해 760억원의 이익개선 효과를 내기도 했다.
◆블루오션 찾아 해외로,해외로
사업구조 개선과 원가절감만으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화업체들은 그래서 생산 원가가 낮고 시장규모가 큰 해외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초 업계 최초로 중동 진출을 선언했다.
원가경쟁력이 높은 중동 업체들의 물량공세 위협에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륨과 카타르에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건설키로 했다.동양제철화학은 해외 기업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으로 '기업 성장'과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케이스.1995년 천연소다회 제조업체인 OCI와이오밍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제조업체인 컬럼비안케미칼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로 원유 나프타 등 원료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에틸렌을 포함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영 맥을 못추고 있다.게다가 원화강세까지 이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국내 고객사들까지 "수출가격에 맞춰 제품을 달라"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국과 중동의 유화업체들 때문에 2년 전까지만해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던 석유화학 제품들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가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업계 전반에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또다시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뼈를 깎는 원가절감에 나서는 한편 포화된 내수시장을 뒤로 하고 해외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값싼 범용 제품은 버려라
국내 유화업체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범용제품에서의 가격경쟁력은 이미 중국 중동 업체들에 빼앗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 업체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발빠른 업체들은 이미 정보기술(IT)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동안 쌓아온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IT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제일모직은 이미 10여년 전인 1994년 반도체용 회로보호재 생산을 시작으로 IT소재 사업에 진출,지난해 매출의 8.3%를 이 분야에서 달성했다.
올해에는 IT소재의 매출 비중을 13.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1990년대 후반부터 IT소재사업을 새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2차전지와 광학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8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의 매출을 IT소재에서 올렸다.
업체들은 기존 유화 제품에서도 중국 중동 업체들이 만들 수 없는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토탈은 범용제품보다 시장가격이 30%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경영의 제1목표로 삼았다.
이 회사의 차별화 제품 판매 비율은 이미 75% 수준으로 2008년까지 이를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도 2003년 기존의 범용제품 생산 라인을 독자기술로 개발한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및 PVC 코폴리머와 같은 고부가가치 특화제품 생산 라인으로 개조했다.
◆원가절감으로 체질 개선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시작된 고유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원가절감 혁신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면 원가를 최대한 낮춰 최고의 채산성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삼성토탈은 2002년부터 에너지비용 물류비용 등 주요 원가 항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혁신운동인 '서바이벌-1000'을 전개했다.
'최악의 시황에서도 10%의 경상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원가구조를 갖추자'는 이 캠페인으로 삼성토탈은 에너지 비용 누적절감액이 1억달러에 달했으며 에너지 사용비율도 총 제조비용의 24%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한화석유화학도 2004년 2월부터 경영혁신활동인 'ACE(Absolute Competitive Edge·최고의 경쟁력)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산증대,품질개선,에너지절감 등 각종 원가절감 활동과 의식개혁,조직문화 활성화,업무개선 활동 등 모든 경영활동상의 혁신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활동으로 한화석유화학은 지난해 760억원의 이익개선 효과를 내기도 했다.
◆블루오션 찾아 해외로,해외로
사업구조 개선과 원가절감만으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화업체들은 그래서 생산 원가가 낮고 시장규모가 큰 해외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초 업계 최초로 중동 진출을 선언했다.
원가경쟁력이 높은 중동 업체들의 물량공세 위협에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륨과 카타르에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건설키로 했다.동양제철화학은 해외 기업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으로 '기업 성장'과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케이스.1995년 천연소다회 제조업체인 OCI와이오밍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제조업체인 컬럼비안케미칼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