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잡힌 '한글주소 사이트' 불법영업..경쟁사 프로그램 무단 삭제

회사원 김 모씨는 지난해 초 자신의 컴퓨터에 한글 주소창 서비스 제공업체인 '넷피아'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넷피아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깔면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 단어만 입력해도 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된다.김씨는 동시에 '아이이지소프트'라는 회사가 만든 악성코드 제거 프로그램인 '다잡아' 대신 같은 기능을 가진 넷피아의 'PC클린'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컴퓨터 부팅이 늦어지고 인터넷 시작 페이지가 'www.redbug.co.kr'이라는 창으로 고정됐다.

인터넷 시작 창을 바꾸려 했지만 허사였다.김씨의 컴퓨터가 이렇게 된 이유는 한글주소 사이트들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경쟁사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삭제하는 대신 자사의 프로그램은 쉽게 삭제할 수 없도록 한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팅 장애 등이 발생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30일 경쟁사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삭제하거나 사용자도 모르게 인터넷 시작페이지를 자사 사이트의 초기화면으로 고정하도록 해 경쟁사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업무 방해 등)로 '한글 인터넷 주소' 사이트인 넷피아와 아이이지소프트,디지털네임즈의 임직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부터 자사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 경쟁업체의 프로그램을 훼손하거나 삭제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넷피아(PC클린)와 아이이지소프트(다잡아)는 한글 주소창 서비스 외 무료 악성프로그램 치료용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 경쟁사의 프로그램을 악성으로 분류해 삭제하도록 조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3개 업체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일반 사용자의 컴퓨터 부팅이 느려지고 백신 프로그램의 실행에 장애가 생기는 피해를 받게 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