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6大 스트레스 시달린다] 사회공헌 어느정도… "경영 안좋아도 다른 곳만큼 내야"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큰 선물을 내놓긴 부담스럽고,그렇다고 요즘 분위기에서 간단히 성의 표시만 할 수도 없고…"

대기업인 G사 기획실 임원 C씨는 오는 2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요즘 분위기를 보면 사회기금으로 상당액을 쏟아붓는 게 마땅하지만,원·달러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 최악의 경영여건으로 인해 목돈을 쓸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C씨는 "요즘 외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청와대와 시민단체한테 찍히지 않으려면 얼마나 내놔야 하느냐'고 묻곤 한다"며 "내부 회의를 해도 '다른 기업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맞추자'는 식으로 눈치보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올 들어 재계에 추가된 새로운 스트레스는 바로 '사회공헌 스트레스'다.지난 2월 삼성이 8000억원을 헌납한 데 이어 최근 현대차가 1조원을 내놓기로 하는 등 대기업의 '사헌공헌 보따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 사태를 계기로 상당수 기업들이 사회공헌기금을 대폭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을 거스를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마다 나름의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삼성과 현대차가 워낙 큰 돈을 내놓은 탓에 사회의 기대치가 잔뜩 올라간 반면 환율하락 등 최악의 경영 여건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투입할 여력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D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라고 있는 것이지 사회공헌하라고 있는건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재계는 또 이번 현대차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의 사회공헌이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대가'로 오해받는 상황이 고착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E사 관계자는 "사회공헌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의 하나"라며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례를 계기로 '저 기업이 무언가 잘못한 게 있어서 사회공헌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역효과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