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로 집값 예측 '안통하네'

지역·평형별 집값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향후 주택 가격 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간주됐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통 전세가율이 높을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매가가 오르고 낮을 경우 그 반대였다.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이 역전되는 현상이 흔하게 목격되고 있어 집값 예측 지표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부천 극동아파트 19평형 매매가는 1억1000만원이고 전세가는 8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7%를 기록했다.

반면 개포주공 1단지 평균 집값은 13억2000만원이지만 전세가는 1억1000만원이어서 전세가율이 8% 정도에 불과했다.전세가율이 높아서 '당연히 매매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극동아파트 19평형의 경우 최근 출퇴근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는 오히려 연초 대비 1000만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매매가는 작년 초보다 1000만~2000만원 떨어졌다.

또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낮아 매매가 거품붕괴 우려까지 제기됐던 개포주공 1단지 18평형도 3·30대책 이후 오름세가 주춤했다가 지난달엔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매매가가 연초 대비 1억~1억5000만원이나 상승했다.이 외에 경기 산본신도시의 풍성2차 아파트 18평형(전세가율 76.9%),서울 노원구 상아아파트 19평형(전세가율 70.4%) 등은 높은 전세가율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 18평형은 13%의 극히 낮은 전세가율에도 매매가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즘은 단순한 수요·공급 외에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집값 결정에 작용함으로써 전세가율이 갖는 단순 예측지표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