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홈스부터 존 듀이까지 '미국 정신'을 만든 사람들… 메타피지컬 클럽

1872년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오늘날 '미국의 정신'을 태동시킨 사상가들이 비공식 토론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주요 멤버는 남북전쟁의 영웅이자 진보적인 법사상가이며 연방대법관이었던 올리버 웬들 홈스,홈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인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논리학자와 과학자이며 기호학의 창시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 등이었다.이들의 교류에는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의 인연이 걸쳐진다.

이 모임은 '메타피지컬 클럽'(Metaphysical Club)으로 불렸다.

거기에서 미국 정신의 뿌리인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실용주의)이 발아했다.프래그머티즘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인들의 새로운 사고방식과 생활양식,문화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는 철학.넓은 의미로는 어떤 생각이나 정책이 유용성·효율성·실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학문적으로는 추상적ㆍ궁극적 관념의 권위에 반대하는 태도를 지칭한다.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능률주의,교육체계,연방주의 정신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 같은 사상의 정립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 지음,정주연 옮김,민음사)이 번역돼 나왔다.남북전쟁 이후 100년에 걸친 '현대 미국'의 탄생과정을 역사가의 이성과 작가의 감성으로 엮어낸 명저다.

2002년 퓰리처상 역사부문 수상작.

저자는 뉴욕시립대 영문학 교수.그는 홈스,제임스,퍼스,듀이라는 미국지성사의 네 거인을 통해 지금의 미국을 만든 프래그머티즘의 근원을 생생하게 비춘다.네 사람의 삶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면서도 각각의 교류와 영향을 씨·날줄로 엮어내고 그 속에 전쟁과 정치,과학과 철학,인류학과 심리학,종교와 교육,인종문제와 노동운동 등의 세부 주제까지 훌륭하게 담아냈다.

메타피지컬 클럽이라는 창을 통해 프래그머티즘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주고 나아가 미국 근현대사의 거대한 스펙트럼을 대형벽화처럼 조망한 그의 솜씨가 놀랍다.

648쪽,2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