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지역축제 넘쳐난다 ‥ 전국 1200개 육박


이웃사촌인 경기 여주군과 이천시는 지난달 20일과 21일부터 각각 '도자기박람회'와 '도자기축제'를 열고 있다.

폐막일은 똑같이 오는 14일.이천시는 1987년부터 가을에,여주시는 1989년부터 봄에 각각 도자기축제를 운영해왔으나 지난해부터 같은 시기에 행사를 개최하는 등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들어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이 같은 축제들은 시민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자칫 지자체 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경북에서는 지자체 간 '원조 경쟁'이 한창이다.울진군이 4월7일부터 9일까지 '울진대게축제'를 갖자마자 영덕군은 14일부터 16일까지 '영덕대게축제'를 진행했다.

두 행사는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 데다 기간도 사흘로 같았다.

축제 내용 역시 대게 잡기와 대게 경매전,가요제 등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역사적인 인물은 지방 축제의 주인공으로 인기가 높다.

이순신 장군 축제는 충남 아산과 경남 통영,서울 중구 등 7개 지자체가 주관하고 있다.

봄철 벚꽃축제는 지역적인 특성과 무관하게 열린다.3월31일 경남 진해를 시작으로 경북 경주,전북 김제,전북 군산,충북 제천 등 거의 대부분 지자체가 벚꽃축제를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새해 해맞이 축제는 경북 포항 호미곶·강원 정동진 등 25곳에서,철쭉축제는 태백산 소백산 등 13곳,수박축제는 전북 고창·경남 의령 등 11곳,전어축제는 충남 서천·전남 광양 등 6곳에서 개최된다.

이름과 장소만 다를 뿐인 '붕어빵' 축제가 방방곡곡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5일 문화관광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250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열리는 축제는 연간 1200개에 육박한다.

충남 보령머드축제와 전남 함평나비축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축제는 100개에도 못미친다.

나머지 1100여개는 일회성 축제로 분류된다.

더구나 주제나 소재가 겹치는 축제만도 최소 100개가 넘어 '축제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지역축제 예산은 2002년 3380억원에서 2003년 3600억원,2004년 4545억원,2005년 5978억원으로 해마다 팽창하고 있다.

3년 만에 예산이 76.9% 늘어난 것이다.

이를 감안,성격이 다른 축제를 인접 시·군끼리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거나 축제를 아예 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부 지자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북 안동탈춤축제와 봉화 춘양목송이축제,영주·풍기 인삼축제는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일제히 열린다.

경북 군위군은 다른 곳 같으면 축제에 쓸 예산을 마을 진입로 포장 등 주민 숙원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다.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우수 축제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낭비성 축제는 교부금 배분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 말고는 정부가 지자체 축제를 제어할 방법은 없다"며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견제와 감시 속에 지자체 스스로 축제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인식·최성국·강동균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