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변 유해시설 판결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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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 유해시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사건마다 달라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주변 단란주점과 고등학교 주변 당구장의 개설은 허용된 반면 초등학교 주변 PC방은 금지됐다.학교 주변에서 유흥업소 등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 학교보건법에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아 학습환경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엇갈리는 판결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는 단란주점 업주 임 모씨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S초등학교 주변에서의 개업을 허용해 달라며 서울시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의 업소는 이미 다른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에 있는 데다 S초등학교 학생들의 주된 통학로에 있지 않아 학습 환경을 해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반면 지난달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박상훈 부장판사)는 성북구 삼선동 S초등학교 근처에서 PC방 영업을 허용해 달라며 최 모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학생들이 PC방에서 게임이나 채팅 등을 함으로써 학습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현재 법원은 유해시설과 학교 간 거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출입 가능성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북구 미아동 S고등학교 주변의 당구장 허용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는 당구장이 전교생의 35%가 이용하는 통학로에 있고 학교장이 "학생들의 학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불구,당구장 업주가 이겨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업소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직접 가보기도 하지만 판단이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비현실적인 학교보건법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200m 이내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으로 설정,관할 교육청이 유해시설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도시계획에 의해 명확하게 분리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해시설이 단순히 학교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현행 법을 적용할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속하지 않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이미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에 또 다른 유흥업소가 들어설 경우 학교에서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허가가 나는 일이 많다.
서울시 성북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정화구역의 범위를 다소 줄이더라도 해당 지역에서는 유해시설의 영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교육환경 보호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금지 대상 업종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현재 미성년자의 출입이 허용되는 당구장,노래방 등은 금지대상인 반면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되는 호프집,안마시술소 등은 금지대상이 아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초등학교 주변 단란주점과 고등학교 주변 당구장의 개설은 허용된 반면 초등학교 주변 PC방은 금지됐다.학교 주변에서 유흥업소 등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 학교보건법에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아 학습환경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엇갈리는 판결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는 단란주점 업주 임 모씨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S초등학교 주변에서의 개업을 허용해 달라며 서울시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의 업소는 이미 다른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에 있는 데다 S초등학교 학생들의 주된 통학로에 있지 않아 학습 환경을 해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반면 지난달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박상훈 부장판사)는 성북구 삼선동 S초등학교 근처에서 PC방 영업을 허용해 달라며 최 모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학생들이 PC방에서 게임이나 채팅 등을 함으로써 학습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현재 법원은 유해시설과 학교 간 거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출입 가능성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북구 미아동 S고등학교 주변의 당구장 허용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는 당구장이 전교생의 35%가 이용하는 통학로에 있고 학교장이 "학생들의 학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불구,당구장 업주가 이겨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업소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직접 가보기도 하지만 판단이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비현실적인 학교보건법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200m 이내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으로 설정,관할 교육청이 유해시설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도시계획에 의해 명확하게 분리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해시설이 단순히 학교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현행 법을 적용할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속하지 않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이미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에 또 다른 유흥업소가 들어설 경우 학교에서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허가가 나는 일이 많다.
서울시 성북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정화구역의 범위를 다소 줄이더라도 해당 지역에서는 유해시설의 영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교육환경 보호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금지 대상 업종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현재 미성년자의 출입이 허용되는 당구장,노래방 등은 금지대상인 반면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되는 호프집,안마시술소 등은 금지대상이 아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