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홈쇼핑 'M&A경쟁' 새 국면

우리홈쇼핑 양대 주주인 경방과 태광산업측의 경영권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28%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던 태광산업과 우호세력의 우리홈쇼핑 지분율이 태광측의 적극적인 개인·법인 주식 매집으로 48% 선까지 급속히 확대된 것.이에 따라 우리홈쇼핑 경영권 장악을 추진해온 태광과 이에 맞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려는 경방 간의 M&A 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14일 홈쇼핑 유선방송사업자(SO)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아이즈비전 지분(19%) 인수자금을 포함해 지난해 말부터 3000억원대를 투입,장외에서 우리홈쇼핑 지분을 쓸어담고 있다.

대한화섬(7.38%)과 해덕기업(8.51%) 등 계열사와 최근 장외에서 인수한 지분을 합칠 경우 경방과의 지분율 격차는 4%안팎에 불과하다.

전국 27개 SO를 보유한 태광산업은 국내 최대 MSO(복수유선방송사업자) 지위를 적극 활용,채널 배정 및 수수료 인상 요구 등으로 경방측을 압박하는 '양동작전'을 벌이고 있다.◆전면전으로 치닫는 경영권 분쟁

지난 3월께 서울 강서지역 SO는 우리홈쇼핑 채널을 'S급'(시청자 확보에 유리한 공중파 사이의 채널)에서 공중파 채널과 뚝 떨어져있는 '일반'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홈쇼핑은 S급 채널을 배정받게 되면 통상 매출이 30% 이상 높게 나온다.강서지역은 지난해 10월께 태광산업이 전격 인수한 SO.경방과 태광산업 간 갈등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수수료 협상 테이블 곳곳에서도 양측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SO들이 우리홈쇼핑에 업계 관행 이상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태광측 SO의 한 관계자는 "올초 우리홈쇼핑이 400억원에 달하는 배당잔치를 벌여 그에 상응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우리홈쇼핑은 2월 말 상장 무산에 따른 '주주 달래기용'으로 2대 주주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 표 대결을 통해 100%(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안을 가결시켰다.

◆태광 압박에 경방은 방어책 부심

우리홈쇼핑 경영권 공방에서 태광이 일단 기세를 선점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5개 홈쇼핑사가 난립하는 시장 상황에서 우리홈쇼핑이 경방쪽보다는 거대 MSO인 태광산업과 짝을 맞출 때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최근 한국케이블TV 서해방송 등 SO들이 보유한 우리홈쇼핑 주식을 주당 8만원의 고가에 전량 매입한 데 이어,지분 과반수 확보에 필요한 3%를 추가 매입하기 위해 '베팅' 액수를 주당 1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방측 우호세력으로 분류된 벤처캐피털 지분 약 8.37%가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방측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은 경방이 추진하고 있는 유통사업의 시너지효과나 그룹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문"이라며 "우호세력과의 유대 강화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