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딜레마] <끝> 세율인하.납부시기 탄력조정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5일부터 연재해온 '기업 상속세 딜레마'는 사회 전반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언론들이 금기시해온 세금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데다 현행 상속·증여세제가 기업의 생산과 경영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사례 중심으로 다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상속세에 대한 논의가 이슈로 떠오르자 많은 언론매체들이 논쟁에 가세했다.

논쟁은 상속·증여세의 존폐 문제에서부터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유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국부 유출 가능성 △경제 성장 잠재력 훼손 여부 등 다각적으로 진행됐다.

쟁점마다 동의와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현행 상속·증여세제를 개편할 경우 어떤 대안이 검토될 수 있는지 학계의 의견을 소개한다.○세율 인하로 기업에 활력을

대부분의 민간 세제 전문가들은 상속·증여세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세금에 얽힌 동·서양의 역사를 책(세금 이야기)으로 펴낸 전태영 경상대 회계학과 교수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면서 생산과 고용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세금 인하가 기업의 재정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게 되고,이것이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면 나라의 세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경영학) 역시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으면 기업인은 자식에게 편법으로 돈 벌 기회를 주려 할 것"이라며 "상속세율을 소득세 수준으로 내려야 경영권 편법 승계가 줄어들고 경제의 활력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이유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세율을 낮추거나 납부기간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자본이득세 도입도 검토해볼 만

캐나다처럼 상속·증여받은 재산이 아니라 상속·증여를 받은 이후 늘어난 재산에 대해 과세를 하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현행 최고세율 50%에 할증률 10~30%까지 감안하면 상속세를 내고는 제대로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상속세가 갖는 상당부분의 기능을 선진국의 추세처럼 자본이득과세가 담당하도록 하면 기업들의 여러 가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업을 상속받을 때 세금마련을 위해 단기간에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됨으로써 경영권 변동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려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전제로 자본이득과세 도입에 찬성한다"며 "그러려면 보다 정교한 과세체계와 세원 포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율 이원화의 장점

영국처럼 상속세율(40%)과 증여세율(20%) 사이에 차이를 둠으로써 '생애 이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젊은 나이에 재산을 증여받아 보다 생산적인 곳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체계를 갖추자는 것.김완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50세에 재산을 물려받으면 그는 부동산 등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을 공산이 크지만 30세의 나이에 증여를 받으면 창업 등 의미 있는 경제활동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상속보다는 증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금주·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 보호

한편 재계에서는 상속·증여세제 개편과 별도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세제개편이 불가능하다면 유럽처럼 황금주식이나 차등의결권 제도 등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줌으로써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해달라는 것이다.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상속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필연적으로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법대로 세금을 내는 기업에 대해 경영권을 보장하는 장치가 있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조일훈.김동윤.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