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7발표 약속 지켰다…8천억 헌납 마무리·'삼지모' 구성 완료

삼성이 23일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을 구성함으로써 지난 2월7일 발표했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담긴 내용의 후속조치 실행을 마무리했다.

삼성은 지난 석달여 동안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헌납에서부터 옛 구조조정본부 축소개편,무료법률봉사단 출범,대규모 자원봉사센터 개설 등 '2·7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해왔다.이들 프로그램은 사회 일각의 반(反)삼성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특히 자원봉사활동은 모든 계열사 경영진의 선도와 임직원들의 강한 실행능력을 앞세워 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이 같은 '사회 친화적' 경영은 향후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 좌표 설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또 잦은 갈등에 시달려온 기업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이해와 포용의 관계로 되돌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재계와 시민단체들은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은 향후 삼성의 '사회 친화적' 경영 프로그램 이행 과정에서 삼성과 사회를 잇는 가교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키로 한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은 "삼성이 진심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를 비판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참여자는 "당초 환골탈태하겠다는 삼성의 발표에 반신반의했지만 구조조정본부 축소와 대폭적인 자원봉사 확대 등을 지켜보면서 진정성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3월8일 구조조정본부를 '삼성전략기획실'로 명칭을 바꾸고 1실5팀을 3팀제로 축소한 데 이어 4월13일에는 전국에 총 103개 자원봉사센터를 개설,15만여 임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도록 했다.

3월 22일 출범한 무료법률봉사단은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법률상담을 했고 10건 이상의 사건에 대해 무료변론을 실시하고 있다.올 하반기에는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의료봉사단도 만들 예정이다.

삼성은 또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가 최근 '삼성이건희장학재단'으로 이전됨에 따라 총 8000억원에 달하는 사회헌납금의 용처가 조만간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총리실과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세부 용도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