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벼베던 날 "아이구 내새끼"‥'씨앗은 힘이 세다'

'빗속에 엎드려 비닐 아래로 기어 들어간 콩대를 구멍 밖으로 꺼내놓았다.

초록색 콩대를 보며 콩알을 넣을 때의 조바심과 안타까움을 떠올리면서 씨앗은 정말로 힘이 세구나,중얼거렸다.'충청도 앙성에서 농사짓는 귀농 9년차 강분석씨(51).

아무 준비도 없이 남편과 함께 '흙에 살리라'하고 시골로 왔지만 농촌은 그에게 녹록지 않은 배움터이자 또다른 삶의 구도장이었다.

지금은 '앙성댁'으로 불리는 고참 농사꾼.그러나 남모를 고생으로 속앓이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는 '낭만적인 환상'의 겉꺼풀 만큼이나 실패 위험도 큰 게 귀농이라고 말한다.

그의 귀농에세이 '씨앗은 힘이 세다'(도서출판 푸르메)는 흙에서 일군 새 삶의 옹골진 기록이다.삶에 대한 성찰과 귀농의 실질 정보가 함께 담겨져 있다.

글맛도 찰지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농촌생활의 어려움,동네 사람들과의 갈등,실망,회의 등을 솔직하게 드러낸다.스스로 체득한 '귀농 10계명'을 통해 어떻게 땅 사고 집 짓고 작물 선택하며 주민들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벼농사와 유기농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품팔이도 하지만 한 해 수입은 도시생활할 때 부부의 한달치 월급.

그 속에서 '땅의 의미'와 '생명의 귀함'을 배운다.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을 믿는다.

꿈꾼 만큼 살 수 있다는 말도 이젠 믿는다.

생전 처음 벼를 베던 날 나도 모르게 아이구 내 새끼! 하며 가슴에 부둥켜안았던 순간을,그 마음을 잊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당부한다.'240쪽,9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