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길 찾은 사람들] '茶예술사' 김병후씨‥취미였던 茶 이젠 제2의 삶이죠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차(茶)예술사'로 통하는 김병후씨(58).중국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는 중국의 고급차를 한국에 수출,연간 1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처럼 '차의 달인'이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김씨는 1989년 삼성물산 홍콩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 후 2004년까지 줄곧 중국 관련 사업만 해온 '중국통'이다.

그렇지만 2004년 초 상하이 삼성물산 중국본부장(전무) 자리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듬해에는 회사를 떠나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아픔도 잠시,그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다.차(茶) 비즈니스였다.

20여년의 중국 주재원 시절에 가졌던 중국 차에 대한 취미를 사업화하기로 한 것이다.

취미가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중국 사업이 그렇듯이 차 비즈니스의 성패는 널린 가짜 상품 중에서 진품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이를 위해 상하이 차 전문학교에 입학,2년 과정의 '차 전문가 양성코스'를 밟았지요. 이제는 차 잎만 봐도 어디에서 난 것인지,어떤 향기가 나는지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 1년여 동안 학교 친구들과 함께 보이차 우롱차 롱징차 등을 찾아 중국 곳곳을 누비며 배웠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정부가 공인하는 양대 차 전문가 인증서인 '차예술사(茶藝師)'와 '차심평사(審評師)'자격증을 모두 따기도 했다.중국 정부가 '이 사람은 차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다'고 공인해 준 셈이다.

그의 차 연구과정 동기생인 왕궈창씨는 "김씨의 차 구별 감각은 중국인을 능가할 정도"라며 "오히려 중국 동기생들이 그의 차 지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취미를 살려 시작한 '차 비즈니스'는 지금 활황이다.

그는 삼성물산 시절의 유통망을 활용,중국 차를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차 도매업체에 공급하는 그의 차는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20% 정도 비싸다.

'차예술사'가 보증하는 제품이라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그의 연간 차 매출액은 10만달러 정도로 주재원 시절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비결은 고품질의 차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선에 있다.

그는 요즘에도 수시로 항저우 쿤밍 쓰촨 등 차 산지를 찾는다.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현지 농민들과 직접 거래하고 있기에 명품 중의 명품만을 조달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서울 송파에 송정(松亭)이라는 차 전문점을 열었다.

그의 부인이 관리하고 있는 이 찻집은 판매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꼴로 차 문화 강습도 연다.

"세계 1인당 평균 차 소비량이 한 해 500g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0g 정도에 불과합니다. 차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품질 좋은 차가 적지 않지만 종류는 단순합니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에 차와 문화가 담긴 '명차 체인점'을 열겠다는 꿈으로 오늘도 중국 오지의 차 산지를 찾아 나선다.

상하이=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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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소상품 비즈니스 성공하려면‥ ]

▷직접 확인하라=중국에는 하자가 있는 가짜 상품이 많다.
가짜 상품을 구별해내기 위해서는 제조공장 또는 산지에 직접 찾아가 현지에서 제품을 주문해야 한다.

▷유통망을 시스템화하라=중국 제조업체 또는 유통상 개인에 의존하는 사업은 한계가 있다.
우선 중국에서 거래선과 유통상을 확보한 뒤 이들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대박의 환상은 금물이다=중국의 소상품 비즈니스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중국과 한국의 단순 가격 차이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초기에는 이익이 적더라도 안전하게,또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전문성을 확보하라=여러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기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특정 분야를 특화하는 게 유리하다.
해당 제품의 전문성을 키워 사업을 확장한 뒤 이를 다른 분야로 점차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