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소서 김치 만든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앞으로 확보할 '얼굴' 격의 차세대 기술로 '김치'를 꼽고 있다. 일반인들이 원자력연구소 하면 김치기술이라고 연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소가 내세우는 김치기술은 우주인들이 먹을 수 있는 최첨단 우주김치다.

연구소는 우선 2008년 탄생할 한국 최초의 우주인에게 공급할 우주김치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주공간에서는 철저한 멸균 음식이 필요하므로 방사선 조사(照射)를 통해 멸균 우주김치를 선보인다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우주식품 공급국으로 부상한다.국내 33개 이공 관련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이처럼 간판으로 내세울 신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진 톱 브랜드 전략에 따른 것이다. 톱 브랜드 전략은 어느 연구소 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떠올릴 만한 대표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취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바이오 장비를 톱 브랜드로 선정,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인공장기나 생체조직 제작을 위해서는 3차원 기계장비가 필수적임을 감안한 전략이다. 기계연 김완두 미래기술연구부장은 이 분야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최근 부상하기 시작한 퓨전기술(FT)의 선두 연구소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탄에서 석유를 뽑는 기술(합성석유)을 연구원의 대표기술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마련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에서 석유를 정제해낼 수 있다면 21세기 에너지 걱정을 충분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 관계자는 강조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디스플레이 분야에 쓰이는 폴리이미드 소재 개발을 톱 브랜드로 육성키로 했다. 이 소재는 kg당 1000만원이 넘는 값 비싼 신소재로 현재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산화 제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화학연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학연은 이미 관련 기술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어 3년 내 제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래 에너지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기술을 개발해 톱 브랜드로 내세울 예정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NK(자연살해)세포 유전자 기술을 확보한 만큼 이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 연구소로 이미지를 쌓아 나가기로 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