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투톱체제' 새바람

제약업계 '투톱체제' 새바람
국내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R&D)이나 영업·마케팅 등 사업부문별로 2~3명의 대표이사를 둬 경영을 나눠 맡는 '과두 경영체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R&D 부문에 새 대표를 임명하는 것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등 제약시장 개방에 따라 신약개발이 생존 키워드로 등장,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도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영업·마케팅 부문의 대표는 고령화사회 진전으로 시장이 급성장하며 커버 영역도 그만큼 늘어나 전문적인 관리 필요성이 한층 높아진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이종욱 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해 윤재승 부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 신임 사장은 지난 1일자로 취임했으며 R&D 부문을 총괄 지휘한다.윤 부회장은 회사 장기 비전 설정,해외사업 관리,임원 육성 등의 업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유한양행 재직 시절 십이지장궤양 신약 '레바넥스' 개발을 주도한 이 사장이 신약개발 부문을 전담함에 따라 오는 201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신약 5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임선민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해 민경윤 사장과 경영을 분담토록 했다.민 사장은 회사 전반의 경영과 생산 및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으며 임 사장은 영업 부문을 총지휘하고 있다.

임성기 회장은 중요 결정에 대한 조언을 맡고 있다.

임선민 사장은 특히 정신과 의약품,안과 의약품 등 그동안 한미약품이 시장에서 취약한 것으로 꼽혀온 제품군의 영업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보령제약은 지난해 김광호 전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해 김상린 사장과 투톱을 형성했다.

김광호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으며 김상린 사장은 경영 전반과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광호 사장은 지난해 매출이 부진한 60여개 제품을 정리하고 영업 분야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거래처별로 묶여 있던 영업망을 제품군별로 재편하는 대수술을 지휘,경영 능력을 보였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일동제약은 앞서 2003년 이정치·설성화 부사장을 동시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이금기 회장과 스리톱 체제를 갖췄다.

이 회장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 사장은 생산과 R&D 부문을,설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을 맡고 있다.고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톱 체제는 경영 전문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업무 경계가 모호한 부분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영진 간 갈등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