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구속 잣대' 사라지나..영장청구 기준 첫 제정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마다 제각각인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통합한 지침을 처음으로 마련해 15일부터 일제히 시행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검사별로 들쭉날쭉했던 구속영장 청구 기준에 일관성이 생기고,'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종래 검찰의 수사 관행에도 일대 변화가 초래될지 주목된다.
○전관예우 설 자리 줄어든다

대검이 이날 공개한 '구속수사 기준에 관한 지침'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기본은 "다른 절차와 방법으로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구속수사한다"(제2조3항)는 것이다."주거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변호인 등이 피의자의 출석을 담보하면 이를 참작해야 한다"(제5조3항)거나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해도 이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제6조3항)고 명시하는 등 구속 요건의 폭을 좁힌 것도 다른 특징이다.

이에 비해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이나 상습적인 가정폭력,미등기 전매,적극적인 뇌물 요구 등의 행위는 원칙적인 구속 대상으로 못박았다.

다만 소년범일 경우 심신과 장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을 기하도록 했다.이처럼 검찰의 구속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변호사 업계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인신구속 건수에 비례해 일감이 증가하는 업계 특성 때문이다.

특히 판사나 검사직에서 물러난 뒤 최종 근무 지역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을 사실상 싹쓸이하기 일쑤였던 변호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김향훈 변호사는 "검사와 판사들의 구속에 대한 재량권이 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 인맥을 활용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영향력을 미칠 여지가 많았다"며 "영장청구 기준이 지켜진다면 불구속을 얻어내는 대가로 5000만~1억원까지의 수임료를 받던 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뇌물 관련 규정 등은 추상적

이번 지침은 적지 않은 한계도 내포하고 있다.

지침의 내용이 '거액의…' 또는 '대규모의…' 등으로 대부분 추상적으로 규정돼 어느 정도의 뇌물을 건네줘야 구속되는지 등 여전히 애매한 구석이 남아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었던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나 기업범죄 등 민감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검찰은 정치경제적인 파장 등 지침 외 요소를 앞으로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지침에는 론스타 수사과정에서 불거졌던 긴급체포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갔다가 엉뚱한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사후에 영장이 청구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