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레임덕 or 카오스?

김형배 < 정치부장 >

한반도가 2006년 독일 월드컵 축제에 휩싸이고 있다.첫 상대인 토고에 역전승하자 4강신화를 이뤘던 2002년 월드컵 당시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안타까운 점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뉴스들이 월드컵 열기에 함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당이 참패한 5·31지방선거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의 수렁에 빠져들어가는 형국이다."기존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민심을 반영치 못한 안이한 진단으로 참여정부는 더욱 국민들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작금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당청간 갈등,'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임박' 등 일련의 뉴스를 들여다보면 레임덕을 넘어 '대혼돈(chaos)'을 연상케 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6일 호남민심 이반에 대해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인 것과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두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노 대통령이 민심 이반의 원인제공처라며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청간 갈등은 조율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나,청와대는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북한 문제는 오히려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6일 군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떻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쪽에 서있다"며 "우리는 이 같은 상황 속에 전쟁의 가능성을 제거해야 하며 만일 불행한 사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광주에서 열렸던 6·15민족통일 대축전에선 '한나라당 집권시 온 나라가 전쟁화염'이란 북측 대표단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지만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북한이 아니라 광주에서 반(反)한나라당을 외치며,국내정치를 간섭하는 북한측 태도가 유감에 불과한 것이라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참여정부의 진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당청간 불협화음,혼란스런 대북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지 않을까.

정부가 '레임덕' 여부를 떠나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을 편안케 하는 수습책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면 수습을 위한 7월 개각설이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개각 얘기가 나오니 공직자 인사원칙을 제시한 논어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을 한 고을의 지도자로 임명했다.

공자는 매우 못마땅해 했으나 자로는 "백성을 다스리고,사직을 받드는 일도 배우는 한 방식"이라며 공자의 충고를 가벼이 여겼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도 쌓고 지혜도 늘릴 수 있다는 게 자로의 복안이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설익은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정치에 임한다면 위기만 자초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상이 백성일진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고 충분한 토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만든다.그것은 어떤 전쟁보다 더 잔혹할 수 있다"고 했다.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