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섹시한 카우걸 은행을 털다 '밴디다스'

'미녀배우' 셀마 헤이엑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공동 주연한 '밴디다스'(공동감독 조아킴 로닝과 에스펜 샌버그)는 여성버디영화의 걸작 '델마와 루이스'를 코믹서부극으로 변형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델마와 루이스'가 현대의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해방을 외쳤다면 '밴디다스'는 19세기 미국의 침탈을 받은 멕시코의 자주권을 부르짖는다. 두 여주인공은 미국인들이 강제로 빼앗은 멕시코 내 은행들을 터는 방식으로 주권수호에 나선다.

이 같은 설정은 이 영화를 서부극의 전통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우선 여성이 배제돼 온 서부극에 '거친' 카우보이가 아니라 '귀엽고 섹시한' 카우걸을 내세운 점이 이채롭다. 그리고 서부극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여성성을 한껏 활용했다.

여권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여주인공의 성적 매력을 의도적으로 희석시켰던 '델마와 루이스'와 다른 점이다.

여주인공은 은행을 털다가도 벽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또한 뉴욕 출신 남성경찰관을 포섭하기 위해 관능미를 발휘한다.

대다수 서부극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위안거리에 불과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노리개처럼 묘사된다.

이 영화는 또 멕시코 배경의 대다수 스파게티 웨스턴류와도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기존 서부영화 남성갱들은 개인적 탐욕탓에 비극적 최후를 맞았지만 애국심으로 무장한 이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해피엔딩에 이른다.

이 같은 이야기에는 여성파워가 거세진 현 세태가 투영돼 있다.

또 경제적으로 미국에 종속된 중남미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주제는 이처럼 선명하지만 정서적 감응은 부족하다.

두 여주인공의 은행털이 과정이 너무 손쉽게 전개된다.

두 주인공이 큰 고통과 좌절을 느끼지 못하는 한 관객에게도 절실함이나 긴장감이 전달되기 어렵다.

은행털이 과정이 원래 의도와 어긋나게 전개되는 상황을 집어 넣었더라면 코믹한 요소도 강화됐을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서부극비틀기'를 의욕적으로 시도했지만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하지는 못하고 말았다. 22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