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론스타에 매각 부적절] 매각價 주당 2800원 이상 낮춰

외환은행 '헐값매각'은 당시 은행 경영진의 허위·과장보고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의 무사안일이 빚은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는 게 감사원의 최종 결론이다.

이번 감사는 그러나 매각을 원천무효화할 수 있는 론스타측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고,경제부총리나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다시 한번 '알맹이 빠진 감사'라는 비판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줄 때 근거자료로 제출됐던 외환은행의 2003년 말 예상 BIS비율 6.16%는 은행 경영진이 비현실적인 가정을 총동원해 의도적으로 낮춰 놓은 비율이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BIS 비율을 축소하는 데 사용된 방법은 크게 여섯 가지였다.우선 가계·기업 일반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할 때 542억원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슬그머니 끼워넣었다.

또 정부 보증채권인 대러시아 차관 미수이자를 다른 은행들이 정상여신으로 처리한 것과 달리 50% 손실처리해 353억원의 허위 부실요인을 만들었다.

이 밖에 현대상선 신용여신 손실률을 비정상적으로 높였고,두산중공업 주식을 지분법 대신 시가로 평가했으며 하이닉스 주식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평가했다.BIS비율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위험가중자산 역시 근거 없이 2조3000억원을 늘렸다.

외환은행측은 매각 협상때 들고 나가기 위해 내부적으로 산정한 '협상제시 가격'도 엉터리로 낮게 잡아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매도호가를 스스로 낮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배당할인모형(DDM)으로 산출한 외환은행 주식의 가치는 주당 2779~4638원.그러나 이때 모건스탠리는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정부보증채권,예금보험공사채권,부동산 등 담보가 설정된 여신 등 회수가능성이 90%가 넘는 자산에 대해 무려 97%를 회수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가정을 했다.

이 때문에 협상제시가격은 주당 최소 1718원씩 낮아졌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은행이 갖고 있는 자산 중 수익성이 높은 대출채권 등은 줄어들고 수익성이 낮은 현금예치금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해 주당 최소 1113원을 낮게 산정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결국 주당 2800원 이상을 매각주간사와 외환은행측이 스스로 낮춰잡았다는 결론이다.이런 과정에서 재정경제부는 대주주,금감위 등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비밀협상을 막후에서 조정,투명성과 공정성을 잃게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