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VIP는 신용대출 年5% 10억도 가능

'개인이 담보 없이 4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2002년 외환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 4억원을 연리 6%에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와 금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연리 5%에 10억원의 신용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한도와 금리 제한이 없다는 것.물론 은행이 돈을 떼일 위험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슈퍼VIP 고객에 한해서다.

이와 달리 일반 직장인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는 엄격히 제한돼 있다.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에 대해 두 가지 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대부분의 은행은 일반인(직장인) 신용대출에 CSS(고객신용평가시스템)를 활용한다.

직장·직위,연소득,재산 규모,연체 유무 등의 평가 항목을 미리 정해진 툴(CSS)에 집어 넣으면 고객의 대출 한도와 금리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이다.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80~150% 범위 내에서 6000만~1억원이다.

국민은행의 대출 한도는 1억원,우리은행 8000만원,하나은행 7000만원,신한·한국씨티은행 6000만원,기업은행 5000만원이다.

외환은행은 별도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대출금리는 개인신용도에 따라 6.40~13.49%로 격차가 크다.

특히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초우량 기업에 대한 임직원대출(특화상품)은 금리가 연 5%대 후반까지 가능하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대상의 신용대출은 보통 직장인보다 한도가 높고 금리는 낮다.

의사 변호사의 대출 한도는 최대 3억5000만원이며 금리도 최저 연 5.75%까지 가능하다.

일반 직장인보다 연소득이 많고 신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 같은 신용대출 한도·금리 체계와 별도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은행 예치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이나 사회 저명인사 등 신용 등급이 높은 '슈퍼VIP' 고객에게는 대출 한도와 금리가 '그때그때' 다르다.

한 시중은행의 PB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신용대출은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점 승인을 거쳐 한도를 5억~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고 금리도 대폭 할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유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부자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 확대와 금리우대를 점차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수십억원의 예금자산을 보유한 PB고객이 신용대출을 받는 이유는 뭘까.

PB 팀장들은 "대부분 주택 구입과 관련해 자금출처 조사를 피하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가령 자녀에게 집을 한 채 증여할 경우 본인이 현금으로 집을 산 뒤 증여를 하는 것보다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부담부 증여'를 하면 과세 기준이 줄어들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