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30년 숙원사업 흔들" … 일관제철소 건설 표류

'현대가(家) 30년 숙원사업도 흔들리나.'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현대차그룹의 장기 경영공백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평생 꿈이자 현대가(家)의 '30년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일관제철소 사업을 직접 챙기던 정 회장의 부재로 하반기로 예정된 착공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다음 달 중순께 중남미를 방문,오는 2011년 준공될 일관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철광석을 공급받기 위해 현지 대형 철광석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선 언제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철광석의 안정적 공급 여부는 일관제철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때문에 원료공급과 관련된 사안 만큼은 정 회장이 직접 챙겨왔다.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호주의 BHP빌리턴사를 방문,철광석 광산을 시찰한 뒤 2010년부터 10년간 철광석 공급 계약을 직접 맺었다.

당시 계약한 규모는 연간 소요물량의 40%에 해당하는 400만~500만t 수준.현대차그룹은 나머지 물량을 조달받기 위해 중남미의 대형 철광업체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BHP빌리턴 회장을 직접 설득하는가 하면 제철소 부지를 산업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등 일관제철소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며 "정 회장의 부재로 공급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착공시점은 물론 전체 사업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현대제철은 또 경영공백으로 인해 원료 하역장비와 컨베이어 설비,제선·제강 장치 등 설비 발주가 지연되고 있으며,철광석을 실어나를 대형 선박의 용선계약도 맺지 못하는 등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관제철소 사업은 20만명이 넘는 고용창출 효과와 4조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라며 "경영공백 장기화로 사업진행이 늦춰질수록 국가적인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