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길 찾은 사람들] 한화 주재원서 세차장.세탁소로 美 정착 박경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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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가량 가면 브랜치버그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명문 프린스턴대학이 30분거리에 있는 부자동네다.이 도시를 가로 지르는 202번 선상에 '브랜치버그 카 케어센터(Branchburg Car Care Center)'라는 산뜻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일교환 자동차수리 전문광택 세차'라고 쓰인 표지판이 차례로 나온다.
세차장 앞에는 20여대의 차량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모두가 렉서스 벤츠 등 손꼽히는 고급차다.
백인들이 주로 찾는 이 곳은 종합 세차장이다.
세차도 하고 오일도 바꾸며 수리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이 회사의 주인이 바로 박경우 사장(49)이다.
박 사장이 미국에 이민온 것은 1999년 하반기.1982년 입사해 17년간 다니던 한화그룹을 그만두고 나서다.
그룹 경영관리실에서 10여년 근무한 뒤 미주본부 관리부장을 끝으로 미국에 눌러 앉았다.그후 6년여.박 사장은 이 곳 종합세차장 외에 메릴린치의 프린스턴본부와 호프웰본부에 구내 세탁소를 갖고 있다.
두 곳 합쳐 직원만 30명,연매출액도 210만달러에 달한다.
백인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그의 변신은 더욱 두드러진다.
○기회를 만들어 놓치지 않았다
박 사장은 1999년 이민온 뒤 주택가에 세탁소를 차렸다.
얼마 안 돼 신문 기사 한줄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인근 프린스턴에 본부를 설립한다는 것.이를 보고 무조건 편지를 썼다.
'구내 세탁소를 맡겨 달라'는 내용.그로부터 2년 후인 2001년에 연락이 왔다.
구내 세탁소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하니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박 사장은 서류를 만드는 데만 꼬박 보름을 매달렸다.
그 결과 서류전형을 통과한 7개 업체에 당당히 포함됐다.
그러나 '본선(설명회)'이 문제였다.
다른 6개 업체는 모두 백인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세탁업체였다.
자본은 물론 경험과 노하우가 비교도 안 됐다.
그렇지만 박 사장은 '현장세탁물 수거 및 배달서비스'와 '24시간 무인운영서비스'라는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세워 구내세탁소 입점업체로 선정됐다.
○백인 주류사회를 공략했다
박 사장은 처음부터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메릴린치를 공략한 것도 그런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04년.회계사와 얘기를 나누던 중 지금의 세차장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 사는 백인들이 모여사는 동네 한 복판이었다.
고민 끝에 박 사장은 세차장을 사기로 결정했다.
매입가격은 300만달러.연간 매출액은 100만달러 정도였다.
매입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빌렸다.
상당액을 들여 리모델링도 했다.
이렇게 2년.연간 매출은 150만달러로 늘어났다.
자산가치도 500만달러로 불어났다.
○차별화에 성공했다
박 사장이 주류사회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덕분이다.
세탁소의 경우 현장수거 및 배달서비스를 실시했다.
세차장에는 '원스톱서비스'와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세차와 오일교환시설만 있던 세차장에 '종합수리'와 '전문광택코너'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세차터널의 길이도 종전의 2배로 늘렸다.
모든 세제는 물론 오일도 최상급만을 사용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연간 7만여대가 세차장을 찾을 정도가 됐다.
세차를 맡긴 크리스틴씨(47)는 "이웃 세차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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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정착 성공하려면…
◆회계사에 문의하라=회계사는 업종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정확히 안다. 회계처리를 하는 만큼 특정 업체의 매출과 이익도 알 수 있다. 회계사를 통해 초기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도 괜찮다.
◆주류사회를 공략하라=미국인의 다수인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처음부터 찾아라.영어가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마라.1년이면 해당 업종에 관련된 영어는 누구보다 잘하게 된다.
◆관청을 잘 활용하라=시청이나 구청에는 모든 정보가 쌓여 있다. 소방서 등의 가이드라인도 그대로 따르는 게 좋다. 세금납부 환전 등도 길게보고 원칙대로 하는게 낫다. 나중에 다 크레디트(신용)로 나타난다.
◆공백을 최소화하라=이민 초기 사업아이템을 찾다가 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이 있어서도 종잣돈은 보전해야 한다. 가능하면 빨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게 좋다.◆합작도 고려하라=어떤 업종이든 관련 업무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한 빨리 배워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1년 정도 합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kyungpark@msn.com
명문 프린스턴대학이 30분거리에 있는 부자동네다.이 도시를 가로 지르는 202번 선상에 '브랜치버그 카 케어센터(Branchburg Car Care Center)'라는 산뜻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일교환 자동차수리 전문광택 세차'라고 쓰인 표지판이 차례로 나온다.
세차장 앞에는 20여대의 차량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모두가 렉서스 벤츠 등 손꼽히는 고급차다.
백인들이 주로 찾는 이 곳은 종합 세차장이다.
세차도 하고 오일도 바꾸며 수리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이 회사의 주인이 바로 박경우 사장(49)이다.
박 사장이 미국에 이민온 것은 1999년 하반기.1982년 입사해 17년간 다니던 한화그룹을 그만두고 나서다.
그룹 경영관리실에서 10여년 근무한 뒤 미주본부 관리부장을 끝으로 미국에 눌러 앉았다.그후 6년여.박 사장은 이 곳 종합세차장 외에 메릴린치의 프린스턴본부와 호프웰본부에 구내 세탁소를 갖고 있다.
두 곳 합쳐 직원만 30명,연매출액도 210만달러에 달한다.
백인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그의 변신은 더욱 두드러진다.
○기회를 만들어 놓치지 않았다
박 사장은 1999년 이민온 뒤 주택가에 세탁소를 차렸다.
얼마 안 돼 신문 기사 한줄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인근 프린스턴에 본부를 설립한다는 것.이를 보고 무조건 편지를 썼다.
'구내 세탁소를 맡겨 달라'는 내용.그로부터 2년 후인 2001년에 연락이 왔다.
구내 세탁소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하니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박 사장은 서류를 만드는 데만 꼬박 보름을 매달렸다.
그 결과 서류전형을 통과한 7개 업체에 당당히 포함됐다.
그러나 '본선(설명회)'이 문제였다.
다른 6개 업체는 모두 백인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세탁업체였다.
자본은 물론 경험과 노하우가 비교도 안 됐다.
그렇지만 박 사장은 '현장세탁물 수거 및 배달서비스'와 '24시간 무인운영서비스'라는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세워 구내세탁소 입점업체로 선정됐다.
○백인 주류사회를 공략했다
박 사장은 처음부터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메릴린치를 공략한 것도 그런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04년.회계사와 얘기를 나누던 중 지금의 세차장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 사는 백인들이 모여사는 동네 한 복판이었다.
고민 끝에 박 사장은 세차장을 사기로 결정했다.
매입가격은 300만달러.연간 매출액은 100만달러 정도였다.
매입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빌렸다.
상당액을 들여 리모델링도 했다.
이렇게 2년.연간 매출은 150만달러로 늘어났다.
자산가치도 500만달러로 불어났다.
○차별화에 성공했다
박 사장이 주류사회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덕분이다.
세탁소의 경우 현장수거 및 배달서비스를 실시했다.
세차장에는 '원스톱서비스'와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세차와 오일교환시설만 있던 세차장에 '종합수리'와 '전문광택코너'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세차터널의 길이도 종전의 2배로 늘렸다.
모든 세제는 물론 오일도 최상급만을 사용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연간 7만여대가 세차장을 찾을 정도가 됐다.
세차를 맡긴 크리스틴씨(47)는 "이웃 세차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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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정착 성공하려면…
◆회계사에 문의하라=회계사는 업종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정확히 안다. 회계처리를 하는 만큼 특정 업체의 매출과 이익도 알 수 있다. 회계사를 통해 초기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도 괜찮다.
◆주류사회를 공략하라=미국인의 다수인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처음부터 찾아라.영어가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마라.1년이면 해당 업종에 관련된 영어는 누구보다 잘하게 된다.
◆관청을 잘 활용하라=시청이나 구청에는 모든 정보가 쌓여 있다. 소방서 등의 가이드라인도 그대로 따르는 게 좋다. 세금납부 환전 등도 길게보고 원칙대로 하는게 낫다. 나중에 다 크레디트(신용)로 나타난다.
◆공백을 최소화하라=이민 초기 사업아이템을 찾다가 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이 있어서도 종잣돈은 보전해야 한다. 가능하면 빨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게 좋다.◆합작도 고려하라=어떤 업종이든 관련 업무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한 빨리 배워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1년 정도 합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kyungpark@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