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동브랜드 '수출효자'

지문인식 시스템을 개발해 생산 중인 중소기업 케이코하이텍은 6개월여의 협상 끝에 최근 영국의 세계적 생체인식 업체인 UK바이오메트릭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협상 초기만 해도 수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해외 시장에서는 무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UK바이오메트릭도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협상의 물꼬를 튼 매개체는 다름 아닌 '하이 서울(Hi-Seoul)' 브랜드.황문성 사장은 "'하이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수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업체가 서울시 보증 업체로 보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개발한 뒤 지역 내 우량 중소기업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지역 공동 브랜드'가 중소기업들이 수출 돌파구를 찾는 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2004년부터 운영 중인 '하이 서울'과 대구시가 1996년 개발한 '쉬메릭'(Chimeric)이 대표적인 사례.특히 '하이 서울'은 브랜드 안에 '서울지역 우수 기업'이라는 내용까지 들어 있어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는 동남아지역 바이어들을 중심으로 수출 제품에 '하이 서울'을 붙여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저주파 발마사지기 등 10여 가지의 미용·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있는 뷰닉스는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바이어들이 지난해부터 '하이 서울' 브랜드 부착을 요청해와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아예 '하이 서울'을 '메인(1차)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박정훈 사장은 "동남아 러시아 등에서는 '하이 서울'이 서울시 인증마크로 여겨지고 있다"며 "지난해 870만달러이던 수출 규모를 올해 1500만달러(이 중 30~40%가 하이 서울 브랜드)로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세계일류상품 벤처기업으로 선정한 바이오 미용업체 제닉의 유현오 사장도 "최근 러시아 시장을 뚫는 데 '하이 서울' 브랜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대구시가 1996년 '쉬메릭'을 출범시킬 당시부터 장갑 제품에 이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형제인터내셔널은 폴란드 헝가리 등 동구권에 수출하는 다른 일반 제품보다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쉬메릭'이 현지에서 고급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서다.

이해수 사장은 "지난해 58억원 수준이던 수출액이 이달 말까지 이미 50억원(이 중 40% 정도가 쉬메릭 브랜드)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이 서울'과 '쉬메릭'이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는 핵심 브랜드로 부상한 것은 지자체들의 철저한 브랜드 관리 때문이다.

'쉬메릭'을 관리하는 대구시의 경우 6개월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과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브랜드 이용 17개사의 제품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서울산업통상진흥원 최순식 팀장도 "매출 및 해외 전시회 참가 등의 실적을 체크해 매년 '하이 서울' 브랜드 이용 업체를 재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수·강동균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