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지키겠다" 분열론에 쐐기..노대통령, 부동산 세제 등 당요구 대폭 수용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29일 만찬회동은 노대통령과 여당이 각자의 길을 가지 않고 당분간 '공동운명체'로 상생(相生)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 운영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31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에서는 노대통령이 탈당하고 당은 친노직계와 기타계열로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실제로 여당 내에서는 노대통령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드높았고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갈라서야만 당이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여론까지 제기됐다.

부동산·세제정책을 놓고 여당과 청와대가 상반된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 같은 분열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날 만찬회동은 노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였다.한 참석자는 "만찬을 시작할 때는 대통령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조마조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선택은 '공동 운명체'였다.

우선 탈당가능성에 대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악순환은 이제 안 된다.

당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남은 임기를 열린우리당과 함께 갈 것이며 당이 깨지지 않도록 자신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당·청 갈등의 핵심이슈였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여당 의원들의 수정요구를 수용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단 한 차례도 수정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의외의 언급이었다.

당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강하게 피력한 점도 눈에 띈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대해) 충격으로 받아 들였다. 당원들이 당에 대해 충성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당에 많은 책임감 느끼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는 중요한 한 축이 되길 기원하고 있다"고 말해 각별한 애정을 강조했다.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큰 틀에서 받아주셨다고 평가한다.대통령의 고뇌도 이해하게 됐고 민생에 대한 깊은 배려,당에 대한 애정을 느끼면서 참석자들 모두 만족해하며 회동을 마쳤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