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in 시네마] 가족의 탄생‥'청재킷' 커플룩으로 20살 극복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가족의 탄생'은 출연배우들조차 반한 시나리오로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까지 확보했다.

문소리,엄태웅,고두심,공효진,김혜옥,봉태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20살 아래의 연하남인 형철(엄태웅)과 닭살 돋는 연애를 펼치는 무신(고두심)의 파격적인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낯간지럽게 한다.인생이 다소 흐릿한 무신은 인생이 거침없고 자유로운 형철에게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아내다. 형철의 누나인 미라(문소리)와 함께 시골장터로 나들이 갈 때 형철과 무신은 똑같은 청재킷을 걸침으로써 자신들이 커플이라는 사실을 과시한다.

사실 청바지나 청재킷과 같은 진웨어(jean wear)는 쉽게 커플룩을 완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요즘 진웨어는 젊은층만의 옷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고 즐겨찾는 아이템이어서 20살이나 나이차가 있는 이들을 하나로 묶기에 적합했다고 본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청재킷 안에 초록색 티셔츠를 걸친 형철에 비해 무신은 청재킷뿐 아니라 청바지와 청셔츠 등 온통 진웨어로만 입었다는 점이다. 물론 나름대로 젊어 보이기 위해 신경써서 입은 옷차림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젊은 애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무신이라면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좀더 사랑스러운 옷차림을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청재킷이라 하면 먼저 활동적이고 터프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그렇지만 입기에 따라서 청재킷은 더없이 여성스러운 옷차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늘거리는 꽃무늬 원피스에 매치시켜 입거나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치마 위에 입으면 된다.

몸매를 돋보이게 해준다는 고가의 '프리미엄 진'은 없는 형편에 엄두를 못 내더라도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촌스러운 복장'을 면했더라면 그 캐릭터가 한층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유미하(패션 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