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은행 MMDA로 대이동 ‥ 한달새 7조7천억 유입

단기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법인용 '머니마켓펀드(MMF) 익일입금제'로 인해 MMF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상당액이 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으로 이동하고 있다.또 일부 자금은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신탁(MMT) 등으로 옮겨 가고 있다.

단기금융 상품의 대표격이던 MMF에서 다른 대체 상품으로 법인 자금의 단기 운용처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법인용 자금에 대한 세전 수익률은 MMF와 MMT가 연 4.0~4.3% 수준이며 RP는 연 3.7~3.8%,MMDA는 연 3.3~3.8% 선이다.
○단기자금 '이동 중'

2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나흘 만에 MMF 설정액은 13조원이나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자금 중 절반 가까이는 은행의 MMDA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달 29일 현재 MMF 설정액은 58조9000억원으로 5월 말의 76조원보다 대폭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MMDA 잔액은 7조7000억원 늘어난 66조5000억원으로 MMF잔액을 추월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8~29일 이틀 만에 MMDA 잔액이 71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대규모 법인 자금이 MMDA로 올 경우 특별우대 금리를 0.2~0.5%포인트 얹어주고 있다.기업은행도 최근 MMDA 금리를 금액에 따라 0.1~0.2%포인트 인상하는 등 주요 은행들이 MMF 이탈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에 맞서 MMF 대체 상품인 RP와 MMT MMW(머니마켓랩)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한 주 동안 RP와 MMT 등으로 7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삼성증권(7000억원) 대우증권(5300억원) 한국증권(5000억원) 등 대형 증권사들도 MMF 환매가 본격화된 지난달 26일 이후 RP MMT MMW 등 단기상품 잔액이 빠르게 늘었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콜론이나 은행의 자발 어음 등으로 운용하는 MMT의 경우 하루만 맡겨도 연 4%대 초반의 수익률이 가능해 MMF 대체 상품으로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변화 오나

대기업 자금팀 관계자는 "MMF 환매로 단기자금 시장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일단 MMF에서 자금을 빼낸 경우가 많다"며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단기 운용처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MMF 위주의 운용 방식에서 탈피해 가입 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 대우채 사태 등 자금 시장에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MMF에 대규모 환매가 일시에 몰리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경우가 많았다"며 "MMF 규모가 적절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익일 입금제를 계기로 MMF 영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일반 주식형 펀드의 운용 보수율은 평균 0.15%이지만 MMF의 경우 0.05% 수준에 불과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