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경협 vs 女벤협 '여성들의 전쟁'

정부의 여성기업 우대 정책과 관련,여성경제인협회(회장 정명금 대구중앙청과 대표)와 여성벤처기업협회(회장 송혜자 우암닷컴 대표)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기업 확인 업무를 여경협에 전담시키고 있는 데 대해 여벤협측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두 단체가 공식회의 석상에서 서로를 비방하는 등 감정 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3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달청이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 운영 요령' 개정 작업을 위해 지난달 소집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여벤협측 참석자는 "특별한 노하우도 필요 없는 여성기업 확인 업무를 여경협에만 맡기고 있는 현 제도는 불합리하다"며 여벤협 등에도 확인 업무 기능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경협측 참석자는 "여벤협은 법적 대표성이 미흡한 민간단체"라며 "확인 업무 경험도 전무하고 전국 조직도 없는 여벤협에 업무를 맡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단체가 다투는 이유는 여성기업 확인 업무 수행이 단체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여성기업 확인은 각종 여성기업 우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행하는 업무다.

정부는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공공기관 물품구매시 계약이행능력 심사 과정에서 여성기업에 0.5점의 가점을 주고 있다.

특히 3000만원 미만의 소액 물품을 구매할 때는 여성기업과 수의계약을 맺도록 하는 소액 수의계약제도도 운영하고 있다.이들 제도와 관련,조달청은 진짜 여성기업인지를 확인하는 업무와 수의계약 대상 기업을 추천하는 업무를 2003년부터 여경협에 맡겨 왔다.

조달청 관계자는 "여경협이 여성기업 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특별법인인 데다 13개 도에 지회를 두고 있어 여성기업을 파악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청에는 여경협의 추천 업무에 대한 민원이 잇따라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민원의 내용은 △여경협이 추천을 신청하는 업체에 협회 가입을 요구하고 △납품이 성사되면 수수료로 계약금의 1.5%를 요구한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여경협 관계자는 "부당하게 협회 가입을 강요한 일은 없고 권유하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또 수수료 1.5%에 대해서도 "추천할 만한 기업인지를 조사하는 데 드는 실비 수준"이라며 "여벤협측에서 여경협을 견제하기 위해 근거없는 얘기를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기청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2007년에는 여성기업 우대 혜택을 겨냥한 '무늬만 여성기업'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어 차제에 실태를 파악한 후 여성기업에 대한 정의와 확인 업무 위탁기관 등을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경협은 국내 여성 경제단체 중 가장 오랜 연혁을 가진 단체로 1977년 한국여성경제인실업회로 출발해 1999년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중기청 산하 사단법인이 됐다.

현재 회원은 1500여개사에 달한다.

여벤협은 1998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과 함께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출범한 단체다.회원은 284개사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