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 개각] 모피아 지고 EPB 출신 뜬다

7·3 개각으로 EPB(옛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전성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개각으로 등용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가 모두 EPB 출신이다.여기에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도 EPB 출신인 걸 감안하면 당·정·청의 핵심 정책 포스트를 EPB 출신이 완전 장악한 셈이다.


옛 재무부 출신인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급식 파문 등으로 물러나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조사 등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퇴조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맥)는 지고 EPB 라인이 뜬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약진하는 EPB 출신

EPB 출신 관료들의 약진은 이미 올초 개각 때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3·2개각 때 EPB 출신의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내각에선 EPB 전성시대를 예고했다.또 한명숙 국무총리 체제가 들어서면서 EPB 출신의 김영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발탁됐고 지난 2월 유시민 장관의 복지부 입성 이후엔 복지부 차관으로 변재진 전 기획처 재정전략실장이 옮겨 EPB 출신들의 외연을 확대했다.

어쨌든 이번 개각으로 각 부처에 포진하게 된 EPB 출신은 부총리 1명,장관급 5명에 이른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특히 정책실은 EPB 출신으로 라인업이 짜였다.

신임 변 정책실장부터 윤대희 경제수석,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이 모두 EPB 식구다.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지휘하는 정문수 경제보좌관과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도 EPB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EPB 출신인 걸 감안하면 당·정·청의 '빅3 정책 포스트'를 EPB 출신들이 다 잡게 된 것"이라며 "1994년 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된 이래 EPB 출신들이 이처럼 약진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퇴조하는 재무부 출신

EPB 출신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경제관료 사회의 또 다른 축인 재무부 출신들은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다.

참여정부 전반기엔 김진표 부총리와 이헌재 전 부총리 등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경제부총리를 맡아 힘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며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게 관가의 분석.

최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현대차 비자금 파문으로 옛 재무 관료들이 주축인 소위 모피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다 보니 거시적 안목에 기획 능력을 갖춘 EPB 출신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