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머타임

지난해 미연방의회는 별 이견없이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 of 2005)'을 통과시켰다.

서머타임(일광시간 절약제)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는 것인데,하루 10만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정파를 초월해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따라서 내년부터는 3월 두 번째 일요일에서 11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이 적용된다.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에너지절약의 한 방법으로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독립선언서 기초위원이면서 과학자,정치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제창으로 건국 초기에 이미 서머타임이 실시됐었다고 한다.유럽에서는 독일이 가장 먼저 제1차 세계대전중 서머타임을 적용하면서 전 대륙으로 확산돼 갔다.

이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80여개국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경제적 이익은 그렇다 해도 개인의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가족중심의 생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다.

사회학자들이 내세우는 범죄억제 효과는 부수적인 얘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서머타임제를 부활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으나 이해관계가 맞선 집단간의 파열음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서머타임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노동자들의 근무시간만 연장되고 생체리듬의 혼란을 가져온다 해서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지난해는 총리가 나서 공무원만이라도 실시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대에 부딪쳤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서머타임은 그리 생소하지 않다.

88올림픽 당시와 건국 후부터 1960년까지 한국전쟁중의 2년을 제외하고 매년 실시했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뒤늦게 서머타임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뿌리를 내려 정착되고 있는데,정작 우리사회에서는 연례적인 논쟁거리로 남아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서머타임제 도입을 위한 여건조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과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