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는 것은 좋지만 세제개혁 갈수록 멀어진다

최근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찔끔찔끔 감세(減稅)방안을 내놓으면서 세제가 '누더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방안들은 특정 계층 겨냥한 선심성 감세여서 조세형평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당·정이 땜질식 감세는 추진하면서도 조세제도 선진화를 위해 당초 계획했던 중장기 조세개혁은 덮어두고 있어 세제의 후퇴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정은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세금경감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초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인 '새로마지 플랜'에서 다자녀 가구에 유리하도록 세제를 고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 △6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 경감 △분양주택 거래세 인하 등의 방침을 쏟아냈다.최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도 당·정은 금년 말로 일몰(적용시한 종료)이 돌아오는 55개 비과세·감면 중 자영업자의 수입금액 증가세액 공제 등 10개를 2~3년씩 우선 연장키로 했다.

또 열린우리당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는 맞벌이 가구의 보육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혜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 밖에도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은 5년 이상 장기보유한 주택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이 같은 감세조치들은 대부분 열린우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이반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감세조치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의 감세란 얘기다.문제는 이런 감세방안이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 형평 논란을 일으키고 조세구조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맞벌이 가구의 보육료 세액공제 전환.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재 연간 2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해주고 있는 보육료의 경우 '외벌이'에 비해 맞벌이 가구에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벌이 가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에 비해 소득도 많은데,세금도 더 깎아주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재정경제부도 "조세형평도 형평이지만 보육비 세액공제는 세수 차질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 부담 경감도 마찬가지다.

6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와 상관없는 서민주택'이란 명분으로 재산세를 깎아주기로 했는데,이에 대해선 "그럼 6억원이 넘는 집에 사는 사람은 다 투기꾼이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더기 세제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비과세·감면제도를 과감히 정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해집단의 반발을 우려해 야금야금 연장을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란 지적이다.한 조세전문가는 "우리나라 세제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엔 소홀히 한 채 정치적 이해에 따라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감세를 해주다 보면 세제 선진화는 점점 멀어진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