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ㆍ감리교, 구원논쟁에 종지부

구원의 조건에 관한 교리 논쟁으로 갈라졌던 가톨릭과 개신교가 일치를 향해 진일보한 성과를 이뤄냈다. 오는 2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에서 교황청과 세계감리교협의회(WMC)가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키로 한 것. 이를 위해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16일 방한해 23일 감리교측과 공동선언문에 서명한다.

의화 논쟁이란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는 루터교 교리가 정면충돌하면서 빚어진 신학적 다툼이다. '칭의론'이라고도 하는 의화 논쟁은 16세기 초 기독교가 가톨릭과 루터교로 분열되는 주요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으며 이후 500여년간 서로 단죄하고 불신하는 빌미가 돼왔다.교황청과 루터교 세계연맹은 1967년부터 대화를 통해 일치방안을 모색한 끝에 1999년 10월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을 이끌어내 구원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세계감리교협의회도 7년 만에 이 선언에 동참키로 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하나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며 이는 선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은총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은 인간에게 선행할 힘을 주시고 또 그렇게 하도록 부르신다"는 것이 이 선언의 골자다. 선행만으로 구원될 수는 없지만 선행은 신앙의 실천이라는 얘기다.

루터교에 이어 감리교가 이 선언에 동참함으로써 가톨릭과 개신교의 일치 노력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공동선언에 대해 조지 프리맨 WMC 총무는 "개신교사에서 일찌기 없었던 일"이라며 높이 평가했고 천주교측도 "다른 개신교단들과의 일치운동 전망도 밝아졌다"고 기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