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실용파 "정부 경제팀 손보겠다"..여권내 갈등 다각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여권 내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김근태 의장 취임 이후 당의 정책 기조가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선회,당내 실용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특히 여당 실용파 일각에서는 '정부 경제팀을 손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진보파가 개혁강화를 외치며 실용파를 견제하고 나서 당내 갈등기류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권오규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경제 살리기에 지도력을 보여야지 청와대와 코드만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며 "권 후보자가 당의 요구를 묵살한 채 현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려고 할 경우 가만이 있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른 의원은 "한국은행이 이 시점에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거덜날 수 있다"며 "당에서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지 말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음에도 듣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경제 책임자들에 대해 국정감사 때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잇달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데 대해 실용파 일부 의원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정책기조 변화 없이 돌아선 민심을 돌릴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데도 정부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한 초선의원의 얘기가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정반대의 기류도 있다.실용파의 행보에 대한 당내 진보파의 반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당내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신진보연대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당의 실용노선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상임고문인 신기남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책적 우회전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미래를 낡은 성장주의 시스템에 맡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실용주의 노선을 겨냥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열린우리당이 서민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면서 재벌 봐주기,건설경기 부양 등 차기정권에 부담이 될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전면적으로 후퇴할 수 있는 물꼬를 튼 결정이었다"는 등 여당과 정부의 최근 정책 기조를 성토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