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委, 재개발.재건축 제도개선 왜 하나] 지자체 지원 실효 의문

국가청렴위원회가 마련한 '재개발·재건축 제도개선안'은 재건축이나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등 도시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공사·조합·관련공무원 및 정비사업자들의 '비리 사슬'을 끊어 조합원 부담과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공청회를 통해 세부 방안이 공개될 이번 제도 개선안이 법제화될 경우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리 근절을 이유로 각종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될 경우 가뜩이나 규제가 많은 재개발·재건축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명성은 높이되 사업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세부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지자체가 초기 사업비 의무지원

무엇보다 각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을 활용해 재건축·재개발에 필요한 초기 사업자금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이렇게 되면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들이 초기 자금을 시공사나 정비업자 등으로부터 음성적으로 받아 쓴 뒤 편의를 봐주는 이른바 '대가성 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게 청렴위의 복안이다.

정비기금 용도는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설계용역비,일반경비 △추진위원회 및 조합초기 운영자금 △설계비,안전진단비,각종 영향평가비용 등 인허가 소요비용 등으로 세분화해 직접 지원비용과 대출 등 대여자금으로 구분해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비용은 통상 총사업비의 5~8% 선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문제는 지금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이 설치돼 있어 정비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기금 적립 및 집행실적이 저조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청렴위에 따르면 대구·인천·광주 등 일부 시·도는 최근 3년간 35억원의 정비기금을 적립해 놓았지만 실제 집행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울산 등 7개 시·도는 지난해까지 3년간 정비기금을 전혀 적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시공·시행사 선정시기 조정될까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및 공동시행자 선정방식이나 절차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청렴위는 우선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시공사 선정방식인 경쟁입찰 방식을 구체화하고 재개발의 공동시행자도 경쟁입찰 방식 등으로 선정방식을 명시할 것을 건교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현행 재개발 공동시행자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이 선정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길 때 적용하는 처벌 규정이 없어 추진위가 시행자를 선정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교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재개발 공동사업시행자를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차라리 추진위 단계에서 건설업자(시공사·공동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청렴위는 또 오는 9월부터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주민대표회의가 추천하는 시공사(현행 1곳)에서 2곳 이상으로 조정토록 하고 주공,지방공기업 등도 수의계약 대신 지명경쟁계약을 통해 시공사와 계약을 맺도록 권고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